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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받을 수 있는 빚도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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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카드업체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적기시정조치(강제 경영개선명령)를 피하기 위해 지난 상반기 중 회수할 수 있는 채권까지 무더기로 헐값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LG.외환.현대.우리.삼성 등 전업 카드사들은 금감원의 적기시정조치 부과기준(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대출의 연체율 10% 이하)을 맞추기 위해 상반기 중 연체기간 6개월 미만의 회수가능 채권을 자산관리공사 등에 대거 매각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의 연체기간이 6개월을 넘기면 회수불능 채권으로 대손처리 하면서 부실채권 추심기관에 매각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체기간 6개월 미만의 채권매각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들 카드사가 대출채권을 팔아넘기고 받은 매각대금(회수율)도 시중 평균가격인 15% 수준을 크게 밑돌아 헐값 매각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자료에 따르면 LG카드는 지난 2분기 중 연체기간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의 대출채권 2천6백억원어치를 회수율 7.6%를 적용해 자산관리공사에 팔았다. 현대카드도 같은 기간 6개월 미만의 연체채권 2천4백70억원어치를 진흥저축은행 등에 매각했다.

삼성카드는 1분기 중 연체기간 6개월 이하 대출채권 4천6백54억원어치를 론스타에 매각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조1천8백60억여원어치를 론스타와 자산관리공사 등에 팔았다. 회수율은 11~18%선으로 밝혀졌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대출채권을 매각한 덕분에 지난 8월 금감원의 카드사 종합검사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카드사들은 없었다. 하지만 7월 이후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다시 10% 이상으로 오르는 등 카드사들의 경영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趙의원은 "헐값에 매각한 채권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 카드사들의 지난 6월 말 현재 연체율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감독 당국의 무리한 연체율 낮추기가 카드업체들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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