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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개운치 않은 「5공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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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2월 새 정부 출범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과 함께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5공 비리에 대한 수사가 31일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로 일단락 됐다.
검찰은 장장 11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장세동전안기부장과 이학봉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 모두 47명을 구속하고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인 수사결과에도 불구, 국민들이나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변죽만 울린 수사」「속빈 강정」등으로 공박하고 나서자 수사주체인 검찰로서는 뒷맛이 개운치 못한 표정이다.
더구나 야권 3당에서 이번 수사결과를 불신, 임시국회에서 특별검사제도임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명실상부한 최고의 수사기관임을 자임해온 검찰의 명예가 말이 아닌 셈이다.
물론 이같은 수사결과는 5공 비리의 핵심적인 전두환·이순자 전대통령부부와 정치자금관련부분이 통치권적 차원으로 수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일찍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5공 비리 특별수사부」가 발족하면서 검사 27명, 수사요원 1백8명 등 해방 이후 최대규모의 수사규모를 갖추었으나 검찰내부에서조차 「잘해야 본전수사」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불구속기소를 하더라도 전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만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까지도 조심스레 제시됐었다.
이같은 수사상의 한계를 감안할 때 비혁명적인 상황에서 전 안기부장을 구속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자위하고있는 눈치다.
김기춘 검찰총장도 수사결과발표 직후 『이번 수사에 아쉬움이 있는게 사실이지만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면서 『5공 청산작업이 수사만으로 종결될 수는 없으며 정치·사회·경제·학원등 각 분야가 공동으로 노력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의 말대로 5공 청산작업이 검찰수사만으로 끝날 수 없으며 또 그래서도 안될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번 수사에 대한 기대는 5공화국하?? 지난 8년간의 비리 척결이라는 차원을 넘어 해방 이후 거듭돼온 독재정권 아래에서 누적된 울분들이 한꺼번에 폭발된 응어리였다는 점에서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혁명적 조치를 법 절차를 밟아 처리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정작 검찰이 국민의 편에 서있다면 그같은 이유로 이번 수사결과에 대한 검찰과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다시는 이처럼 불행한 일들이 없기 위해 검찰은 앞으로 권력형비리나 구조적 부조리들을 그때그때 과감히 척결해 나감으로써 이번 수사로 실추된 검찰권을 회복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신성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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