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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트럼프…금리 올리는 파월 맹공, 시장 흔드는 실제 주범은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오른쪽)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오른쪽)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중앙포토]

 무차별적으로 날아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살이 또 다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향했다.

[하현옥의 금융 산책] #“Fed가 미국 경제 최대 위험” 주장 #경기 부양 위한 감세 등 적자 재정 #국채 발행 늘리는 탓에 금리 상승 #기업 조달 비용 늘며 실적 악화도

 지난 10일 “Fed가 미쳤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뒤 다시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파월 때문에 미국 경제 성장이 위협받고 있고 금리 인상을 즐기는 것 같다”며 “정책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고 있어 Fed가 ‘미국 경제 최대 리스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때는 제로금리였다”며 “나는 Fed 때문에 매우 불행하다”고 덧붙였다.

 파월을 Fed 의장에 앉힌 걸 후회하냐는 질문에도 “이런 말을 하기에 너무 이를 수 있지만 아마도”라며 “그는 저금리 의장이 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파월은 Fed 의장이 된 이후 정책금리를 세번 인상했다.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저금리를 원하는 트럼프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경제는 순항 중이지만 시장은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긴축으로 강력하게 방향을 트는 제롬의 기세에 시장금리는 오름세다. 파월이 지난 3일 “중립금리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며 매파적(긴축) 발언을 내놓으며 금리는 급등하고 증시는 고꾸라졌다.

 22일에도 미국 증시는 기업 실적 악화 우려 속에 하락 폭을 키웠고 23일 아시아 증시로 그 충격파가 번져갔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는 악재다. 파월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는 파월은 시장 입장에서는 위험 인물이다. 하지만 국채 금리가 뛰어오르고 주식 시장이 흔들리는 원인을 제공한 또 다른 주범은 바로 트럼프다.

 Fed가 양적완화(QE)를 축소하며 30년간 이어져 오던 채권 시장의 좋은 시절은 끝났다. 수요가 줄어들면 채권값은 떨어질(채권금리 상승)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 값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이 트럼프다.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감세와 재정부양책을 쏟아내며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와 개인소득세율 등을 낮추며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의 세금을 줄였다.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고 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15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18년 회계연도 미 연방 재정적자는 7790억 달러로 직전년도보다 17%(1136억 달러) 늘어났다. 2012년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로 확대됐다.

 무디스의 인베스터서비스는 미 연방 재정적자 규모가 오는 2028년 GDP 대비 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나는 빚은 투자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WSJ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미국 정부의 채권 발행이 늘면서 해외 투자자의 채권 매입이 줄면서 매도를 촉발하고 있다”며 “9년째 이어진 주식 시장 상승세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가 올 1~8월 늘린 미 국채보유액(780억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이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리며 해외투자자의 국채 보유비중도 41%로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채권값 하락(채권 금리 상승)은 결국 기업의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장기 금리의 기준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3.15%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년물 국채금리도 이미 연 2.9%를 넘어섰다.

 WSJ은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 조달 비용 증가와 그에 따른 주식배당금 감소 등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의 여파가 기업 실적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며 주식 시장은 출렁대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과 증시 하락에 따른 자산 리밸런싱 움직임도 시장을 흔들 요인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의 출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레미 로슨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리서치인스티튜드 책임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채권 매입을 줄이는 가운데 미국이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리면서 채권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간 미 국채를 보유할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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