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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서 12개 기관 15건 채용비리 적발, 시동 건 TK 비리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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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중앙포토,김회룡 기자]

채용비리. [중앙포토,김회룡 기자]

경상북도 산하 공기업인 A의료원은 지난 2016년 간호사 2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그런데 최종 합격자는 3명. 공고보다 1명을 슬며시 더 뽑은 것이다. 황당한 채용도 있었다. 채용한 신입 직원이 10일간 근무하다 퇴직하자 별도 채용절차 없이 앞서 채용 시험에 응시했던 후보자를 불러다 채용했다. 공기업 직원을 채용 할 때는 채용공고를 내고 이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결국 A의료원은 경상북도 감사에 이런 사실이 적발돼 병원 관계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을 받았다. 또 다른 공기업인 B의료원도 2016년 간호사 채용 과정에서 면접결과 1위를 한 여성 후보자를 빼고, 2위를 한 남성 후보자를 합격시켜 감사에 적발됐다.

경북의 한 공기업 연구기관도 채용비리가 있었다.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면접관을 내부 직원으로만 채웠다. 또 다른 공기업은 직원 12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고, 8명만 뽑았다. 4명의 자리를 비워두고서다. 경북의 한 기초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은 6급 이상 공무원만 지원 가능한 4급 경력직 자리에 시장 비서 출신을 채용해 올해 초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북도청 청사의 모습. [사진 경북도]

경북도청 청사의 모습. [사진 경북도]

경상북도가 지난해 12월 도청 산하 26개 공기업과 23개 시·군 산하 49개 공기업에 대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여 적발한 채용비리 사례의 일부다. 모두 12개 기관, 15건의 채용비리를 찾았는데, 지인이나 친인척이 연루됐다고 의심이 가는 채용비리도 일부 보였다.

박종하 경상북도 감사관실 계장은 24일 "친인척 채용비리, 고용세습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적발한 사례들이어서 채용비리 배경에 대한 조사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다시 한번 정교하게 조사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TK(대구·경북)'가 공기업 채용비리 적발에 본격 나섰다.

우선 경상북도는 도내 2곳의 공기업과 24개 출연기관의 정규직·비정규직 현황, 채용 현황·절차 등을 살피고, 23개 시·군의 협조를 얻어 49개 지자체 산하 공기업에 대한 채용 비리를 살핀다.

경상북도 측은 "채용 비리 조사와 함께, 공기업 채용과정의 공정성을 위해 신입 직원을 앞으로 도청에서 일괄로 뽑아 공기업에 배치하는 새 채용 방식에 대해서도 검토를 시작한 상태다"고 밝혔다.

대구시청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청 전경. [사진 대구시]

대구시도 시동을 걸었다. 권영진 시장이 "대구에서 서울교통공사 사례 같은 채용 비리가 나오면 엄벌하겠다"며 행정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가칭 '채용 비리 조사팀'을 24일 가동하도록 조치하면서다.

조사 대상은 시 산하 4곳의 공기업이다. 민노총·한노총이 있는 대구도시철도공사와 한노총만 있는 대구도시공사·시설공단·환경공단이다.

이 중 1995년 11월 문을 연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정규직 직원만 2460명이 있는 대형 공기업이다. 내년 1월 자회사로 8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정규직화까지 앞두고 있어, 대구시의 주요 조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진 시장은 "정규직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도전정신까지 훼손시키는 채용 비리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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