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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아픔, 아직 잊을 수 없지만 …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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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호 32면

책 속으로 

언더 더 씨

언더 더 씨

언더 더 씨
강동수 지음, 호밀밭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제가 제목이기도 하다. 작고 통통한 해양생물이 꽥꽥거리며 ‘Under the Sea’를 부르던 장면이 떠오른다. 소설집 표지 그림 역시 제목과 잘 어울린다. 수수한 차림의 소녀가 바닷속을 헤엄친다. 한데 자세히 살펴보니 파란색 종이배가 수면에 기울어진 채 떠 있다. 부산 지역 소설가 강동수(57)씨가 소설집과 제목이 같은 표제작에서 그리고자 했던 건 그러니까 세월호다. 비극을 소재로 지금까지 생산된 숱한 ‘세월호 문학’의 하나겠지만 표지 디자인의 느낌처럼 강씨의 이번 소설은 접근법이 좀 다르다. 슬퍼도 내색은 이제 그만, 4년이나 지났으니 억울한 죽음들에 좀 담담해지자…. 이를테면 이런 마음인 것 같다. 세월호 희생자인 여고생 단비의 넋이 소설의 화자인데 단비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또렷이 인식하면서도 꿋꿋하다. ‘서천서역’에 이르러 생명수를 구해 함께 물에 빠져 죽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되살리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단비들의 억울한 죽음을 불교의 천도재 형식을 빌려 위로하는 제의와 같은 소설이다.

언론인 출신답게 강씨는 지금까지 역사와 현실을 멀리하지 않았다. 2011년 『금발의 제니』 이후, 이번 세 번째 소설집에서도 그런 경향은 마찬가지다. 돈 받고 하루짜리 아버지를 공급하는 역할대행 세태(‘가족소풍’), 대리기사의 세계(‘운수 좋은 날’), 가출팸 청소년들의 비행(‘알록달록 빛나는’) 등 신문 사회면의 이슈들이 고스란히 소설책 안으로 들어와 있다. 특별한 점은, 세월호 단편에서처럼 그런 세태를 다루면서도 작가는 좀처럼 흥분하거나 사태를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평을 최소화한 스트레이트 기사 같다. 그래서 더 사실적이다.

가독성으로 따지면 첫머리에 배치한 ‘정염(情炎)’이 최고인 것 같다. 실학자 정약용이 살인사건 탐정 같은 활약을 펼친다는 설정도 신선하지만 기이한 사건 내용과 결말이 무엇보다 강렬하다. 한 남녀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방화의 희생자이기라도 한 듯 시신 여러 곳에 불에 탄 흔적이 역력하다. 두 사람은 단순한 불륜 관계가 아니라 기구한 첫사랑이었다는 점이 곧 드러난다. 그런데 정염의 사전적 의미는 ‘불같이 타오르는 욕정’이다. 그렇다면 혹시? 분주한 독자의 마음은 소설보다 앞서 사건의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 짐작이 과연 맞을지, 끔찍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두 정인이 겪어야 했던 모진 세월을 지켜보며, 결말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 작품을 읽는 재미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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