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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핵심 3인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5일 5공 핵심인물 3명을 소환, 철야수사를 벌인 검찰청사는 마무리 수사로 부산한 가운데 긴장감마저 감도는 분위기였다.
막바지 수사에 나선 검사들은 신통한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자 구수회의를 거듭했고 장세동· 이원조· 안현태씨는 협의사실을 자신 있게 부인, 마무리 수사가 한동안 진통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씨의 소환수사와 관련, 항간에 나돌고 있는 장씨의 폭탄선언 여부 및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특히 과연 장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해재단을 설립했다」는 내용을 시인 할 것인지가 최대의 주목거리.
장씨는 일해재단 설립 및 운영이 정당한 직무내의 행위였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기금모금 및 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잘못이 있었다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등의 『기금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주장을 중시하면서 강제성 여부에 수사초점을 모으고 있으나 장씨는 설득력 있는 근거 제시도 없이 강제성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씨 구속을 앞둔 26일 오전 검찰청사는 장씨에 대한 수사결과 정리 및 보고 등으로 분주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오전9시10분쯤 대검중수부장실에서 중수부 1,2,3,4 과장이 모여 장· 이· 안씨에 대한 철야수사 결과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종찬 4과장은 회의도중 자신의 방인 12층에 올라갔다가 노란색 파일에 쌓인 서류뭉치를 들고 급히 총장실로 향했으며 곧 유재성 1과장도 회의결과를 취합해 총장실로 향했다.
유 부장검사는 『이원조씨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현재 조사중이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조사내용 및 신변처리에 대해서도 『모른다』를 연발.
○…3명의 5공 핵심인물을 철야 조사한 검찰청 15층 조사실과 대검중수부· 서울지검 특수부는 밤새도록 불이 켜진 채 수사검사들과 수사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수사검사뿐 아니라 김기춘 검찰총장과 박종철 중앙수사부장등 검찰수뇌부도 퇴정하지 않은 채 저녁식사를 외부에서 시켜 먹으며 밤늦게까지 수사진척 상황을 확인해 이들 3명의 비중을 가늠케 하기도.
결국 안현태씨만 26일 오전4시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으나 장· 이씨 등은 밤새도록 눈 한번 붙이지 못한 채 철야조사를 받았다.
○…장·안씨는 국회 청문회에서와 마찬가지로 조사 받는 동안 시종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며 일해재단 기금조성등 자신이 처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러나 이씨는 대한선주 정리 등 부실기업 정리와 관련된 자신의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고 수사관들이 전했다.
○…장·안씨는 검찰청에 출두한 뒤 세끼 밥을 모두 비웠으며 정장 차림의 꼿꼿한 자세로 조사에 응했다.
그러나 평소 위장병으로 고생해온 이씨는 도착 직후부터 수사관계자들에게 『최근 신경을 많이 써서 위장병이 도졌다』 며 위장약을 계속 먹고 26일 새벽 난방 시설마저 꺼지자 추위를 몹시 타더라는 것.
○…장씨의 사법처리 못지 않게 국민의 관심을 끌어온 5공 시절 「재계의 황제」로 불리던 이씨를 수사한 대검중수부 2과 수사관들은 수사수순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토로.
특히 이씨의 사법처리에 부담을 느껴온 수사 팀들은 이씨 소환 이틀 전부터 철야해온 까닭에 철야 3일째인 26일에는 오히려 이씨 보다 더욱 지친 모습을 보였다.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25일 오후1시55분쯤 자신의 서울 3고7072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측근 1명과 함께 검찰청사에 도착.
장씨는 쥐색 싱글차림으로 왼손에 007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고 있던 50여명의 내 외신 기자들 앞에서 4분 가량 포즈를 취해주는 등 지난해 청문회에서 보여 주었던 「당당함」모습을 보이려고 했으나 자신에게 있어 소환은 곧 구속이라는 생각 때문 이였는지 굳은 표정.
기자들의 포즈 요구에 왼쪽으로 45도 가량 돌아 옷매무새를 바로 잡기도 했는데 검찰청사 정문 앞과 청사 안에서는 2백여 명의 시민들과 검찰 직원들이 모여들어 「5공 핵심」의 출두장면을 지켜보기도.
○…장씨는 기자들이 『심경이 어떠냐』 『국민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는가』 『소환은 언제 받았으며 가방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느냐』는 등의 물음에 일체 대답하지 않았다.
특히 장씨가 들고있던 007가방 윗부분에는 한글로 「장세동· ×××∼5050」 이라는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이 전화번호의 숫자가 「5공인물 장씨」와 묘한 연관을 암시하기도.
○…장씨는 수사관들의 안내로 청사동쪽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대검중수부 4과장실로 올라가 이종찬 부장검사와 신건수· 김대식· 김준호 검사 등 수사검사들과 코피를 마시며 10여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얘기도중 가벼운 웃음소리 마저 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 였다고 한 수사관이 전언.
장씨는 얘기를 마친 뒤 이 부장검사와 함께 계단을 이용해 15층 1506호 조사실로 들어가 본격 심문을 받았다.
한편 검찰에 출두하기 전 장씨는 석진강 변호사와 만나 법률문제 등을 상담했는데 이 자리에서 석변호사에게 『죄가 있다면 달게 처벌받겠지만 나는 처벌받을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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