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지막 북극곰 '통키', 영국행 앞두고 노환으로 사망

중앙일보

입력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가 세상을 떠났다. 은퇴를 겸한 영국으로의 이주를 한 달여 앞두고서다.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쯤 실내 방사장에서 통키가 숨져 있는 것을 사육사가 발견했다.

17일 노환으로 사망한 경기 용인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생전 모습. [사진 에버랜드]

17일 노환으로 사망한 경기 용인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의 생전 모습. [사진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곧장 서울대 수의대 병리학 전문가에게 의뢰해 통키를 부검했다.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부검 결과 통키는 특별한 외상이나 질병을 앓고 있지는 않았다.
전문가는 "통키가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17일 오후 사망' 알려 #부검 결과 '노환', 올해 24살로 사람나이로 70~80대

1995년 경남 마산시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7년 에버랜드로 이사를 왔다. 올해 나이 24살로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25~30년인 것을 고려하면 사람 나이로 70~80세의 고령이다.
에버랜드는 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통키의 조직병리검사를 의뢰했다.

통키는 국내에 홀로 남은 북극곰이다. 2014년 말 부인인 암컷 북극곰 설희가, 지난해 1월엔 대전 오월드에서 생활하던 남극이가 32살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국내 유일의 북극곰이 됐다.

지난 6월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여름나기 행사에서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북극곰 통키가 얼음생선,과일 등을 먹으며 놀고 있다. 용인=최승식 기자

지난 6월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여름나기 행사에서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북극곰 통키가 얼음생선,과일 등을 먹으며 놀고 있다. 용인=최승식 기자

에버랜드는 단짝 친구들과 부인 설희의 죽음으로 홀로 남은 통키를 위해 2015년부터 새로운 짝이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새로운 북극곰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에 에버랜드는 지난 6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Yorkshire Wildlife Park)과 협력을 맺고 은퇴를 겸해 올해 말 통키를 영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통키의 죽음으로 영국행도 무산이 됐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통키가 사망 당일까지도 잘 생활했다. 영국 이주를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해 아쉽다"고 말했다.

21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동물원 여름나기 행사가 열렸다. 고령으로 올 가을 영국으로 이민가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북극곰 통키가 4년만에 공식행사에 마지막으로 등장해 얼음생선,과일 등을 먹으며 놀고 있다. 20180621 용인=최승식 기자

21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동물원 여름나기 행사가 열렸다. 고령으로 올 가을 영국으로 이민가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북극곰 통키가 4년만에 공식행사에 마지막으로 등장해 얼음생선,과일 등을 먹으며 놀고 있다. 20180621 용인=최승식 기자

한편 에버랜드는 갑작스러운 통키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검정 바탕으로 바꾸고 통키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오는 21일까지 5일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통키가 생활하던 북극곰 사육장 주변에서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용인=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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