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거문도 강점은 의도된 침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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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885년 4월14일부터 1887년 2월27일까지 영국이 한국의 거문도를 점령한 사건을 두고 기존의 역사 서술을 뒤집는 새로운 주장을 담은 논문으로 주 중앙아프리카 대사 김승호씨(사진)가 파리 1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대사는 「강대국들의 대외정책 관계에서 본 해밀턴항(거문도)의 문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영국의 해밀턴항 점령은 「극동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이 지역 강대국들간의 세력균형유지를 위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기록하고 있는 사학자들은 거의가 영국의 불법점령을 정당화하려는 당시 영국언론 보도에만 근거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일으킨 영국의 의도는 러시아가 이 지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봉쇄작전의 일환이었으며 나아가 영국의 대 아시아 침략정책의 강화수단 이였다고 분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갈은 주장의 근거로 1950년대 이후에야 공개되기 시작한 거문도 사건 당시를 전후한 러시아의 각종 외교문서들을 분석해 당시 러시아는 적어도 20세기 초까지는 한국을 속국 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당시 중국과 분쟁을 빚고 있던 러시아로서는 한국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강국인 일본과의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만 한국이 다른 강대국에 지배되는 것을 꺼려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것이었다는 것.
따라서 1880년대 이후 조선정부가 러시아 의존정책을 쓴 것은 당시 일본· 중국의 세력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김대사는 주장했다.<파리=홍성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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