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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도 “가짜뉴스 규제 땐 표현 자유 위축” … 여당 ‘허위조작정보특위’로 간판 바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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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가 17일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로 이름을 바꾸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빈 특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가짜뉴스라는 용어에는 단순 오보, 풍자 등이 혼재되어 있다는 학계와 시민사회, 정부의 의견을 참고했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법률적 의미를 명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명확히 전달해 여론의 힘을 얻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규제 필요 알리는 토론회 #야당선 “정부가 전체주의적 대응”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짜뉴스 허위조작 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가짜뉴스 규제) 대책을 마련해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허위조작 정보를 전파하는 SNS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달 말까지 범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허위조작 정보는 우리의 의식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선 “정부기관에 대한 비판·풍자,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 권력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비판과 의혹 제기는 예외로 하자”고 제안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는 일종의 사기술로 저널리즘의 영역인 오보와는 다르다”며 “가짜뉴스의 온상인 SNS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모든 언론사가 자체 윤리강령·보도준칙 준수를 강화하도록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안’의 이름을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에 관한 법률안’으로 바꾸고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을 기존 네 가지에서 여섯 가지로 늘렸다. ▶언론사 오보 인정 ▶법원 판결 ▶언론중재위원회 결정 ▶선거관리위원회 판단에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 전쟁 행위를 찬양·고무·선전한 경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왜곡·모욕을 추가했다.

야당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시각은 수사당국을 동원하는 식의 가짜뉴스 대처 방식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주도하고 여당이 거드는 식의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표현의 자유와의 전쟁이 될 수 있음을 각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가짜뉴스는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위해 요소이지만, 정부가 사활을 걸고 대응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국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며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기관이 찾아서 엄단하겠다는 건 대책이냐, 위협이냐”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전날 “(정부가) 공권력 집행을 앞세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제도를 해결책으로 여기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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