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종군위안부 결의안 곧 상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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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역사적 책임을 묻는 결의안이 미국 의회에 처음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25일 "레인 에번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4일 제출한 종군위안부 동원 비난 결의안(H. R-House Resolution-759)이 하원 본회의에 상정되는 게 사실상 확정됐다"고 밝혔다. 본회의 상정에 필요한 심의는 17일부터 받고 있다.

종군위안부 결의안은 "일본 정부는 1930년대부터 45년 종전까지 아시아.태평양 군도 식민지에서 13세 어린 소녀를 비롯한 젊은 여성 20만 명을 성노예(Sexual servitude)로 삼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납치해 윤간.강제 낙태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어 "이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범죄의 하나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의안은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전후 배상 협상에서 이 같은 범죄를 완전히 적시하지 않았으며, 교과서에 위안부 비극을 최소 한도로 기술했다"며 ▶위안부 동원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 방침을 밝히고▶이 문제가 반인권 범죄임을 다음 세대들에게 교육시키며▶유엔 및 앰네스티의 위안부 문제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에번스 의원은 2001년과 2005년에도 10여 명의 의원을 규합해 같은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중간에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의원 30명이 동조한데다 결의안이 심의를 받는 데 필요한 국제관계소위 의원 10명의 지지 서명도 받았다. 무엇보다 결의안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넘길 수 있는 국제관계위원회 인권소위 위원장(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결의안의 공동 발의자여서 본회의 상정은 기정사실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결의안은 조만간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미 행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본의 전쟁범죄 비판에 소극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의회는 최근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던 보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적극 따지는 분위기다. 6월 말 방미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미 의회 연설을 추진하자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그러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 무산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 하원은 또 지난해 7월 도쿄 전범재판 결과를 재확인하는 '대 일본 승리(Victory over Japan)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번에도 일본 정부는 이 결의안을 무산시키기 위해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 심의(Mark-Up)=상.하원 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이나 법안(Bill)을 소관위원회(Standing Committee)가 본회의에 넘기기 전에 적절한지를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충하는 과정. 심의에 들지 못한 결의안.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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