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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손'이 된 그랜달…다저스 월드시리즈 갈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우리는 오스틴을 원해!(We want Austin)"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다저스 팬들은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30)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그랜달 대신 백업 포수인 오스틴 반스(29)를 출전시켜 달라는 뜻이었다. 그랜달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팬들은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다저스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 [AP=연합뉴스]

다저스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 [AP=연합뉴스]

다저스는 이날 홈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0-4로 졌다.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이겨 균형을 맞췄던 다저스는 다시 1승2패로 밀리면서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완 선발 워커 뷸러(24)가 7이닝 5피안타(1피홈런)·1볼넷·8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했다. 뷸러는 경기 초반 불안한 모습이었다. 1회 초 밀워키 2번 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자 라이언 브론에게 좌월 2루타를 맞아 선제점을 내줬다. 하지만 2회부터 5회까지는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랬던 뷸러가 급격히 흔들린 건 6회였다. 포수 마스크를 쓴 그랜달이 수비가 견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랜달은 6회 초 2사 3루에서 뷸러의 원바운드 볼을 빠뜨렸다. 그 사이 밀워키 3루 주자 트래비스 쇼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뷸러의 폭투로 기록됐으나 그랜달의 블로킹이 유독 아쉬웠다. 그랜달은 8회에도 평범한 투구를 잡지 못했다.

사실 그랜달은 수비를 견고하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기본적인 포구 능력에 물음표가 있는데, 지난해 16개의 패스트볼(Passed Ball·공을 빠뜨리는 실책)을 범해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을 썼다. 올해도 9개의 패스트볼을 기록했다.

그랜달의 '기름손' 수비는 처음이 아니다. 밀워키와 NLCS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등판했을 때도 잇단 실책 2개, 패스트볼 2개로 5-6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래서 2차전에서는 오스틴 반스가 기용돼 선발로 나온 류현진과 호흡을 맞췄다. 2차전에서 4-3으로 역전승을 거둔 다저스는 홈에서 열리는 3차전에선 다시 그랜달을 기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6회 초 공을 빠뜨리고 있는 그랜달. [AP=연합뉴스]

6회 초 공을 빠뜨리고 있는 그랜달. [AP=연합뉴스]

그랜달을 타석에서도 부진했다. 2회 말 1사 2, 3루 역전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0-4이던 9회 말 1사 만루에서도 삼진을 기록했다. 2차전에서는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병살타를 쳤다. 병살타를 막아 보려 1루에 위험한 슬라이딩까지 했다. 그랜달은 올 시즌 140경기에 나와 타율 0.241, 24홈런, 68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방망이가 무겁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선 타율 0.077(13타수 1안타), 밀워키와 NLCS에선 0.222(9타수 2안타)로 저조하다. 모든 플레이에서 부진한 그랜달을 보고 LA 타임스는 '포수 마스크를 쓴 다르빗슈 유'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다스빗슈는 지난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나간 월드시리즈에 2패를 기록했다.

그랜달 스스로도 힘들어 하고 있다. 타석에서 삼진을 당할 때마다 침울한 표정을 지은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때로는 방망이를 내리치며 분을 풀기도 했다. 그럼에도 팬들의 야유가 끊이지 않으면서 더욱 위축된 모습이다. 그랜달은 3차전 패배 후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바운드 된) 공을 막아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못해서 팬들이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인정하는 한편 "경기에 집중했기 때문에 팬들의 외침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송재우 해설위원은 "이 정도 상황이면 그랜달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수의 심리가 무너지면 투수 리드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다시 그랜달을 빼기로 했다. 로버츠 감독은 3차전이 끝나자마자 바로 "그랜달은 오늘 힘든 밤을 보냈다"면서 "4차전에는 반스가 공을 받을 것이다. 그랜달은 벤치에서 대기할 것"이라고 했다.

밀워키와 다저스의 NLCS 4차전은 17일 오전 10시 9분 다저스 홈에서 열린다. 다저스는 이 경기마저 놓치면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다. 다저스는 리치 힐, 밀워키는 지오 곤잘레스를 선발 투수로 내보낸다. 둘 다 좌완 투수이다. 올해 11승(5패)을 올린 힐은 지난 9일 애틀랜타의 NLDS 4차전에 선발로 나와 4와3분의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보여줬다. 올해 10승(11패)를 기록한 곤잘레스는 지난 13일 NLCS 1차전에 선발로 나와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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