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청와대 4인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청와대 4인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장하성 정책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을 이르는 말이다. 반(反)기업·반시장 정책 기조로 추진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을 이끄는 청와대의 경제참모들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공무원 채용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정책의 당위론만 봐서는 ‘4인방’이라는 부정적 뉘앙스의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들은 일단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주면 국민 소득이 밑바닥부터 늘어나면서 가계 소비가 늘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주 52시간제가 일제히 시행되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져 기업은 고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한다. 공무원 증원 역시 당장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고용 상태로 바꿀 수 있으며, 정규직화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도깨비방망이 같은 이 아름다운 정책이 즉각 결실을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거꾸로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 도입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일자리 사정이 악화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일손 부족 사태’가 벌어진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과 반대로 한국에선 올 들어 9개월 연속 실업자 100만 명 돌파 행진이다. 지난해 월평균 30만 명을 넘던 신규 취업자는 올 들어 10만 명 아래로 곤두박질치더니 최근 3개월에는 수천~수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추 의원이 4인방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이 같은 정책 폭주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은 ‘9월 고용통계’가 발표된 12일 개인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좋은 일자리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청와대가 나서서 모든 공공기관에 2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청와대가 앞장서 알바 고용을 독려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현실과 충돌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2%대 저성장 시대에 기업·시장의 체력에 맞지 않는 정책은 고용 참사·저성장 가속이라는 시장의 역습만 불러올 뿐이다. 추 의원은 “4인방의 즉각적인 교체와 함께 과감한 규제개혁,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통한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청와대 4인방’이 답할 차례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