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장하성 통계 잘못 해석…나라면 그렇게 안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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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하는 이유로 제시한 통계 해석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장 실장이 소득성장 강화 근거 든 #가계총소득·평균소득 직접 비교 #강 청장 “소득 불평등 확대와 무관”

15일 열린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장 실장이 가계 총소득이 186% 증가할 동안 가계 평균소득이 90% 늘어난 게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맞는 얘기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강신욱. [뉴스1]

강신욱. [뉴스1]

그는 “(부적절한 통계 사용이라고 해명자료를 낸) 통계청의 입장과 같다”며  “나 같으면 저렇게 해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장 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기 4일 전인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자신의 통계 해석을 근거로 ‘대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더 주거나, 하청업체에 돈을 더 줘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후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통계청은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가계 평균소득 증가율은 둔화할 수밖에 없고, 가계 평균소득과 가계 총소득은 작성 범위나 개념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부적절하다’는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강 청장이 통계청의 자료를 빌려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지만, 사실상 장 실장의 통계 오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통계청은 1990년 개청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국정감사를 받았다. 지난 8월 통계청장 인사가 주요인이다. 청와대는 당시 황수경 전 청장을 물러나게 하고 강신욱 청장을 임명했다. 그런데 시기가 미묘했다. 고용 및 분배와 관련해 잇따라 악화된 지표가 나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야당은 ‘코드 인사’라며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 5월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강 청장에게 가구소득 관련 분석 자료를 개인적으로 요청했다”며 “청와대가 ‘인구구조 탓’을 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유지해도 된다는 데 대해 강 청장의 보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강 청장이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통계청이 조사한 가처분소득은 14만5944원(-12.8%)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반면 강 청장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비경상소득이 이전소득에서 빠지면서 2만6556원(-2.3%)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청장은 이에 대해 “가처분소득 정의는 통계청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자료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고용 상황에 대해 강 청장은 “9월 취업자 증가 수(전년 대비 4만5000명)가 조금 늘었지만,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안 좋은 수치여서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영향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조사된 통계 안에서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말을 아꼈다.

대전=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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