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정황 확인 … 쌍둥이도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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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전직 교무부장 A씨가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하고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지난 1학기 기말고사에서 성적이 수직상승해 각각 전교 1등을 했던 두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 교무부장 휴대폰 포렌식 분석 #서울청장 “딸에게 알린 정황 나와” #세 부녀는 관련 혐의 여전히 부인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A씨가 시험 관련 내용을 자매에게 알려준 정황이 휴대전화 포렌식 수사에서 나타났다”며 “A씨에 이어 두 자녀도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8일 입건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유출 정황이 카톡 메시지나 통화 기록 등으로 드러났는지 여부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와 쌍둥이 자매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5일 숙명여고와 A씨의 자택, 쌍둥이 자매가 다니던 대치동 학원을 압수수색했다.

쌍둥이 자매는 한달 후인 지난달 6일 참고인 신분으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자매 중 1명이 조사 후 점심 식사를 하다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갔다. 이 학생은 14일 두번째 조사에서도 “답답하다”며 다시 병원에 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변호인과 어머니가 같이 있었다”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 과정을 녹화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 의혹이 불거진 뒤 치러진 쌍둥이 자매의 2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학교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문제 유출 정황이 드러나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쌍둥이 자매의 성적을 ‘0점’으로 처리해야 다른 학생들의 등수가 공정하게 조정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이제라도 A씨와 쌍둥이 자매가 잘못을 인정하고 학교도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자매의 성적은 1학년 당시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시작해 1년여만에 문이과 전교 1등으로 수직상승했다. 이에 지난 8월 학부모들이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제기했고 교육청과 경찰의 조사가 시작됐다.

수서경찰서는 “쌍둥이 자매가 피의자로 입건됐다고 하더라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수사가 언제쯤 마무리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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