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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채, 너 믿어도 되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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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애증의 대상이었던 브라질 국채가 다시 옛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곤두박질치던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고 국채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한동안 외면받았던 브라질 국채가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 발(發) 증시 폭락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브라질 국채를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연 7~10% 수익 내다 급락했지만 #최근 헤알화·채권값 동시 반등에 #투자자들 “지금 살까” 문의 빗발 #“투기등급 고려해 투자 신중해야”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10.860%로 장을 마쳤다. 지난 9월 초 12.55%까지 상승(채권값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헤알화 가치도 반등했다. 원·헤알화 재정 환율은 12일 299.71원으로 마감해 지난 9월 초의 266.21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라질 국채는 지금처럼 채권값이 오르거나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익률이 상승하는 상품이다.

채권값과 헤알화가 강세를 보이는 건 지난 7일 치러진 브라질 1차 대선에서 시장 친화적인 사회자유당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경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브라질 국채는 연 7~10%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까지 채권값이 하락하고 헤알화 가치가 ‘역사상 최저점’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급락하면서 투자 수익률도 급락했다.

그랬던 채권값과 헤알화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자 ‘어게인 2016’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재차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2016년 말 브라질 국채는 연 71%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대박 채권’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시장 친화적 개혁’에 대한 기대감과 원자재 가격 회복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해 헤알화 가치는 1년간 25% 이상 상승했는데 이로 인한 환차익도 쏠쏠했다.

실제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증권사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채 투자 수익률을 결정짓는 채권값과 헤알화 가치가 동시에 강세를 보여 ‘지금 브라질 국채 투자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매도’ 문의만 나왔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미국 증시 폭락으로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채권, 특히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 채권을 문의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브라질 국채에 다시금 관심을 가져볼 때가 됐다고 조언한다. 김승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브라질 정부는 지지율이 4%가 말해주듯 정치·사회는 물론 경제도 손쓸 수 없는 지경이지만, 10월 대선이 종료되면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치·사회가 안정되면 헤알화 가치도 더 상승해 원·헤알화 재정환율도 350원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만 해결되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선 투표를 전후해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브라질 국채가 ‘투기 등급’임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혜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차 투표 이후 브라질 채권이 안정세를 보이긴 하지만, 아직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시기상조로 판단된다”며 “28일의 결선 투표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9~10월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 후에 투자에 나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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