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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아이 안 일으켰어?" 신상털린 보육교사 숨진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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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일러스트는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JTBC 방송 캡처]

위 일러스트는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JTBC 방송 캡처]

아동 학대 의심을 받고 인터넷에 신상이 유포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쯤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A(3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옆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며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 있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앞서 이달 11일 자신이 일하는 인천의 한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 때 원생 1명을 밀치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다. 당시 한 시민은 “특정 어린이집 조끼를 입고 있는 보육교사가 축제장에서 자신에게 안기려는 원생이 넘어졌지만 일으켜주지 않고 돗자리만 터는 것을 봤다. 아동 학대인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인천·김포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그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온 글이었다.

경찰은 A씨의 범죄 혐의점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아동학대 사건은 내사 종결로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맘 카페에 올라왔다는 신상 정보 공개 글을 확인해보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맘 카페에서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보육교사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돌았다’며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A씨 동료였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아동학대 신고와 함께 바로 맘 카페에 글을 올려 마녀사냥이 시작됐다”며 “실명과 사진까지 오픈되는 건 순식간이었다”고 주장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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