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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외교부장이 캐나다·멕시코 핫라인 가동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22일 칠레에서 열린 제2회 중국-라틴아메리카 장관급 회담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캡처]

지난 1월 22일 칠레에서 열린 제2회 중국-라틴아메리카 장관급 회담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캡처]

“중국과 멕시코는 전면전략동반자로서 일관되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왔다. 어떤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도 제3국을 겨냥해선 안 되고 다른 나라의 권익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

“비시장국가와 FTA 금지” 독소조항에 놀라 긴급 진화 #환구시보 “워싱턴에 경제 주권 양도, 위성국 전락” 반발 #전문가 “시장경제 연합과 비시장경제 진영 대결로 확대” #中 네티즌 “이기면 고기, 지면 풀뿌리, 항복하면 오물뿐”

중국 외교부가 14일 웹사이트에 발표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장관 간 13일 밤 긴급 전화통화 내용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보다 사흘 전인 10일엔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핫라인을 가동해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 왕 외교부장은 이 날도 “중국의 현대화를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며 “캐나다는 실제 행동에서 중국과 함께 세계 자유무역체계를 수호하고, 양국 자유무역구 건설 과정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가 언급한 ‘중국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시도’와 ‘제 3국을 겨냥한 다자협정’은 미국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지난달 30일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일컫는다. 비(非) 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사실상 금지한 USMCA 32조 10항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다.

이 조항은 조약 체결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비시장경제 국가와 FTA 협상을 시작하기 최소 3개월 전에 통보해야 하며, FTA 서명 30일 전에는 체결 문건 내용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를 담고 있다. 만일 비시장경제 국가와 FTA를 체결할 경우에는 USMCA가 종료된다는 내용도 있다.

사실상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 캐나다 FTA를 겨냥한 것으로 캐나다에 무역 파트너로 미·중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중국의 반발은 거세다. 환구시보는 15일 사설에서 “독소조항은 미국 패권 야심의 전례 없는 팽창을 반영한다”며 “세계가 미국의 요구에 순응할 경우 워싱턴에 경제 주권을 양도하는 것이자 미국의 국가이익을 세계 규범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모든 나라가 미국 국가이익의 위성국이 되는 것”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USMCA의 해당 조항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시장경제 연합과 비시장경제 진영의 대결로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백악관이 이 조건을 유럽연합(EU)·일본·영국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기업들이 시장경제 기업들과 같은 여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는 한, 시장경제 블록과 무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SNS 등에는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해 “이기면 고기를, 패배하면 풀뿌리를, 항복하면 오물을 먹게 될 것”이라는 글이 유포되는 등 비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신 미국에는 “고기와 오물” 두 선택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도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중국의 채무 거품과 미국의 주가 거품 중 어느 쪽이 먼저 터질 것인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류스위(劉士餘)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은 14일 오후 투자자 좌담회에서 “봄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순 립서비스라는 설과 주가 부양정책이 임박했다는 두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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