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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위크 보도 "미국은 수수료 공화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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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맹인(盲人) 증명에 15달러, 호텔방 청소에 2.5달러, 미식축구표 대기자 신청에 50달러….’

장기 불황의 끝자락에 서 있는 미국이 ‘수수료 공화국’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미 시사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가 최신호(8월 29일자)에서 보도했다.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과거 공짜였던 서비스에 부가 요금이나 수수료를 붙이는 방법으로 제품·서비스의 가격을 변칙 인상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쇼핑몰 ‘베스트바이’는 반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값의 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뉴욕의 미식축구팀 뉴욕제트도 경기 관람 대기자 리스트에 50달러의 수수료를 매기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미국 경제가 비열해지기 시작했다며 소매업에서부터 금융.여행.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추가 수수료가 생겨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이렇게 편법 인상으로 생긴 수입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푼돈일지 몰라도 기업 입장에선 여간 큰돈이 아니다. AT&T는 장거리전화 고객들에게 매달 99센트의 수수료를 물리는 방법으로 한해 4억7천5백만달러의 추가 수입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업계도 객실 청소에 별도 요금을 물리는 방법으로 한해 1억달러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 대금 연체 수수료도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11%나 올랐다. 투자은행 PK해머에 따르면 연체 수수료로 올해 추가 수입이 1백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소비자연맹 스테펀 브로벡 국장은 "미국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왔다"며 "불분명한 수수료나 추가 요금으로 값을 올리는 게 판매가를 올리는 것보다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미국 정부는 무면허 운전자에 대한 벌금이나 소송 인지대 등을 올리는 방법으로 올해 26억달러의 추가 수입을 올릴 전망이다. 무리수도 잇따른다.

알래스카에서는 승용차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운전자는 타이어당 2.5달러의 환경 부과금을 물어야 하는 황당한 제도가 도입됐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앞으로 맹인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5년마다 15달러의 인지세를 물어야 할 판이다.

물가정책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부가 수수료 등이 늘면 사실상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 지표에 잡히지 않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6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있어 연방기금금리를 1.0%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 노동통계국은 부가 수수료 등을 감안한 실제 물가상승률은 2%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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