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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미국 금리 올린다고 왜 우리나라 주가가 떨어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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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주 우리나라 주가가 폭락을 했죠. 아마 부모님이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주가가 왜 이렇게 떨어지나”며 걱정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지난주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미국의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럼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금리정책을 이해하려면 금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답니다. 언론은 이번 주가 폭락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어요. 미국 정부가 5월 18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은 0.6%였어요.

그럼 소비자물가지수가 뭘까요. 소비자물가는 말 그대로 우리가 많이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 수준을 의미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들 상품의 가격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이지요. 이 수치가 0.6% 올랐다는 것을 단순히 설명하면 3월에 100만원이었던 상품 값이 4월에는 100만6000원으로 올랐다는 뜻이죠.

물가, 즉 물건 값이 오른다는 건 쉽게 말해 물건의 가치가 오른 반면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물건을 놓고 너도나도 사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값이 올라가는 현상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이와 같이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합니다.

그럼 금리가 어떻게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요. 금리는 돈을 예금하거나 대출받을 때의 이자율을 뜻하지요. 예금자 입장에선 지금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넣어 두는 대가로 받는 것이지요. 금리가 연 5%라고 하면 지금 100만원을 예금해 1년 뒤 105만원을 받습니다.

이를 물건으로 환산해 볼까요. 게임CD가 한 장에 5만원이라고 하죠. 지금 100만원이 있으면 20장을 살 수 있겠지요. 1년 뒤라면 어찌 될까요. CD 값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이 105만원이므로 21장을 살 수 있겠지요. 반면 CD 값이 크게 올라 한 장에 10만원이 됐다면 어찌 될까요. 105만원으로 10장밖에 못 사겠지요. 돈의 가치가 반 토막이 난 셈입니다.

이처럼 금리보다 더 높은 물가상승률(인플레율)은 돈의 가치를 깎아 먹는 효과를 냅니다. 인플레가 일어나는 시기에 현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 주머니가 털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돈을 물건으로 바꿔 놓으려고 하겠지요. 물건 값은 앞으로 더 오를 테니 물건을 사두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얘기입니다. 모두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물가는 더 오르지요. 인플레 시절엔 대표적으로 부동산이나 금과 같은 물건이 인기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지면 물건을 사두기보다 더 많은 이자를 받으려고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이 늘어나겠지요. 반면 돈을 빌려 쓰는 기업은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을 많이 받지 못하겠지요. 그 결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리가 오르면 돈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봐도 되지요. 이렇게 되면 물건 값이 오르는 현상인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겠지요.

물론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얼마나 더 높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정답이 없습니다. 그때그때의 경제상황에 맞춰 조금씩 조절하는 수밖에 없지요.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이처럼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도록 미리 조절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주가를 떨어뜨렸을까요. 금리가 오르면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소비가 감소합니다. 기업은 대출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확신이 없으면 투자를 피하겠지요.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수출도 줄어든답니다. 물건이 안 팔리니 수출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요. 틴틴 여러분도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기업의 대미 수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상품을 많이 팔지 못할 것이고 이익은 줄게 되겠죠. 그럼 자연스럽게 주가도 떨어지는 법이지요. 또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 투자자들은 이미 주식에 투자된 돈을 빼내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다른 투자처를 찾겠지요. 이런 이유로 증시에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려는 돈이 많아지면, 다시 말해 주식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주가가 더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연쇄효과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바로바로 일어난답니다. 연쇄효과를 예측한 투자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번 주가 폭락은 국내 투자자들보다는 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팔아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졌지요.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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