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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의학자 「이상구씨의 건강법」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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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건강메커니즘을 쉽고 간단하게 물어주는 재미 의학자 이상구씨의 건강법이 TV·카세트 등으로 소개되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엔도르핀·T임파구등으로 인체의 면역기전을 설명하고 「음식·마음·운동」의 3가지가 건강유지의 중요원칙이라는 그의 건강강의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공감이 가는 면도 많다. 그러나 국내일부의 학계에서는 그의 단순논리가 빚어낼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소리와 함께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씨의 건강법 요지와 의학계의 이론을 함께 소개한다. 이상구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외미대교수 겸 자연요법연구소장으로 있다.

<이씨의 건강법요지|편한마음 갖고 물 많이 먹으면 강해져 「t임파구」는 인체면역의 요체>
인체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건강과 관련된 3가지 중요물질로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아드레날린 호르몬과 엔도르핀 호르몬·T임파구라는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아드레낟린 호르몬은 사람이 흥분할 때 나오는 호르몬으로 ▲화를 내거나 남을 미워할 때 ▲적을 만났을 때나 위기에 처했을 때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량 분비된다.
이에 반해 엔도르핀 호르몬은 기분이 좋고 안락할 때, 평화로울 때 나오는 호르몬으로 난에게 좋은 것을 베풀거나 잘못된 것을 반성 또는 시정했을 때도 분비돼 인체를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
이 두 물질은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저항력의 원천, 즉 T임파구의 강약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T임파구란 혈액의 백혈구속에 있는 물질로 몸 안에 침투한 병균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하는데,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면 세력이 약해지고 엔도르핀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세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유지의 비결은 평소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하는 쪽으로 삶을 영위하는데 있다.
흥분하고 화를 내며 남을 미워하기보다는 온화하며 감동적이고 베푸는 삶, 스스로 반성하는 생활이 중요하다.
T임파구는 음식물과도 깊은 관계가 있는데 T임파구가 싫어하는 음식은 기름기 있고 가공한 것들이다.
특히 기름기 있는 음식은 식물성이건, 동물성이건 다 좋지 않다.
새우·전복·달걀노른자·쇠고기·돼지고기 등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데 T임파구는 이들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
그러나 T임파구는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때문에 하루에 최소한 여섯잔씩의 물을 식사직전이나 하루 중 때때로 마셔주면 우리몸에 있는 독소를 콩팥이 씻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암은 반드시 불치의 병은 아니며 T임파구만 강하면 암세포는 꼼짝 못한다.
암의 치료는 꼭 약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T임파구가 하는데 항암제는 암세포와 T임파구를 동시에 파괴한다.
당뇨병은 인슐린 리셉터 (수용체)라는 인체의 초인종이 고장나 생기는 병이다.
이 초인종은 ▲운동부족 ▲기름기있는 음식의 섭취 ▲스트레스 등에 의해 망가진다.
지금까지 당뇨병의 원인이 설탕이라고 해서 기름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있는데 혈관 속의 적혈구 흐름을 방해하는 기름기를 많이 섭취하면 당뇨병이 치료될 수 없다.
최근 의학자들은 췌장의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곁에 엔도르핀을 생산하는 세포가 있음을 발견했다.
기쁜 마음을 가지면 엔도르핀이 많이 생산되고 이에 따라 인슐린도 많이 생산돼 죽었던 초인종이 회생, 당뇨병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고혈압·동맥경화 등 성인병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기쁨이 충만한 생활, 음식물의 조절, 적당한 운동으로 예방·치료할 수 있다.
현미밥,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채소는 고혈압의 치료에 중요하며 특히 과일 속의 섬유질은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떨어뜨린다.
섬유질은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해주는 중요한 성분이다. 우울증은 우리 몸 속의 세로토닌이라는 성분이 적어지는 현상으로 마음의 병이긴 하나 음식물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세로토닌은 암세포를 죽이는 특수한 T임파구들을 강하게 해 주는 물질이다.
세로토닌을 많이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아주 적당히」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세로토닌의 생산이 활발해지지 않기 때문에 치즈나 쇠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해서는 안 된다

<국내 전문가의 이론|너무 비약적이고 단순한 논리 지나친 채식의 강조는 영양결핍 우려>
국내 일부의료계는 이씨의 건강법이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단순한 논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자연식품의 섭취에 중점을 둔 그의 건강강의가 자칫 균형된 영양섭취문제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서울대의대 채범석교수(생화학)는 『T임파구를 마치 섭취하는 영양분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T임파구 촉진식품」이라는 광고까지 내는 얄팍한 상혼마저 등장하고 있다』며 이씨의 건강강의가 끼치는 영향에 우려를 표시한다.
부녀자들 사이에서는 『엔도르핀을 키우자』『T임파구를 좀 늘리자』는 농담이 스스럼없이 오가는 실정이다.
채교수는 이씨의 이같은 건강법이 일리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건강상식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피상적으로 얼버무리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인체의 메커니즘을 단 몇 마디로 단정짓는 그의 강의내용에 대해 일부 의학전문가들은 「반과학」으로 평가절하했다.
서울대의대 장가용교수(해부학교실·면역학)는 『T임파구 등으로 인체의 면역기구를 설명하는 것은 간접적으로는 관계가 있으나 학문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고 못박고 『과학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의 이론을 논문에 입력시키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의대 정태준교수(내과)는 『엔도르핀의 존재가 증명은 됐으나 면역학적 역할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분이 좋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돼 T임파구가 강화되고 기분이 상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T임파구가 약해진다는 극히 비약적이고 단순한 논리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것에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 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아지면 T임파구뿐만 아니라 모든 면역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씨의 논리는 지극히 단순하다는 지적이다.
정교수는 『T임파구에는 보조 T임파구와 억제 T임파구 등이 상반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전체 임파구 수의 측정으로는 질병의 이해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이씨의 「T임파구는 물을 많이 먹어야 강해진다」는 주장은 이론적 뒷받침이 없다는 것.
이화여대 의대 성악응교수(생화학)는 『현 미·과일 등 채식을 강조하는 이씨의 강의는 아직 영양섭취가 불충분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자칫 영양결핍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균형있는 식사로 생명유지에 필요한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데 마치 T임파구를 만들기 위해 식사하는 것처럼 생각한다거나 이른 바 건강식품만 먹으면 최고의 건강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씨의 자연식품 강조는 동물성 섭취가 전체 식품섭취량의 90%에 달하는 미국인들에게는 해당될 지 모르나 아직 식물성섭취가 80%에 달하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영양문제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우리국민은 식물성과 동물성의 섭취비율이 6대4에 이를 때까지 동물성식품 섭취를 계속 늘려가야 된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도 적정섭취량이 하루 5백㎎정도 돼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3백㎎정도로 미국의 1천㎎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어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지나친 신경은 불필요하다고 성교수는 강조했다.
의학관계자들은 또 이씨의 강의가 풀만 먹고 사는 안식교회신도들의 생활관에 바탕을 둔 것이며 암 등의 질병치료와 관련, 지나치게 T임파구를 강조함으로써 의학적으로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영양학적 측면에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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