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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문화계 '소통의 부재'는 누구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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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0일 낮 서울 태평로의 한 한정식집에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연극계 인사 10여명이 만났다. 전날 '연극인 1백인 성명'이 터져나온 터라 긴장감이 흘렀다.

"문화부 인사가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비난한 성명에 차범석 예술원 회장뿐 아니라 평소 예술활동에만 전념하던 인사까지 포함된 사실에 李장관이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李장관은 평소 잘 쓰는 말인 '소통 부재'를 얘기하며 점심 회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연극인들은 참여정부의 편파적인 인사정책과 문예진흥원을 대체할 문화예술위원회의 졸속 구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李장관은 진지하게 이들의 의견을 들었고 또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서 李장관은 민예총과 예총을 구별한 적이 한번도 없으며 앞으론 좀더 신중하게 인사정책을 펼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또 올해 말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었던 문화예술위원회 입법안도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루고 그 사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1백인 성명을 주도한 연출가 정진수씨는 이날 모임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며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술계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명을 맞고나서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문화부에 재차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는 것. 한 문화계 인사는 "장관이 새로 오면 예술계 사람들과 만나 향후 방향이나 문제점들을 듣게 마련인데, 李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며 "현장을 모른 채 무슨 정책을 펼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마나 이번에 李장관이 발빠르게 예술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들은 것은 다행이다. 李장관은 이날 모임에서 앞으로 이슈가 될만한 일은 공청회나 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지 않는가. 이날 모임이 예술인들을 어르고 달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길 바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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