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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WHO 총장 제네바서 장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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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운구자들이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관을 장례 미사가 치러질 노트르담 성당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유족과 유엔 관계자, WHO직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제네바 AP=연합뉴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23일 이종욱 사무총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록에 서명하고 있다. [제네바 AP=연합뉴스]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장례식이 24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제네바 중앙역 인근 노트르담 성당에서 거행됐다. WHO장으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은 유족과 WHO 관계자 1000여 명이 지켜본 가운데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총장의 유족들은 현재 WHO 연례총회가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 참석자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점심 시간에 장례 미사를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종교가 없었으나 부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의 뜻에 따라 사망 직전 의식불명 상태에서 가톨릭 영세를 받았다.

장례식에는 아시아를 순방 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대신해 뉴욕에서 마크 말록 브라운 사무차장이 참석했다. 이 밖에 유엔 산하 국제기구 수장들과 고위급 인사들, 고인의 지인과 WHO 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제네바 교구 실바노 토마시 주교의 집전으로 진행된 영결 미사가 끝날 무렵 이 총장의 아들 충호씨, 빌 킨 WHO 사무총장 비서실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충호씨는 "아버지는 스킨스쿠버와 테니스를 즐기던 활동적인 분이었으며, 직원들과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100% 사랑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WHO 총회 참석차 현지에 온 유시민 장관은 "이 총장은 지난 3년간 지구촌 60여 개국을 다니면서 큰일을 하셨다"며 "그분의 업적과 정신을 기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駐)제네바 북한대표부의 이철 대사도 최혁 한국대표부 대사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이 대사는 "이 선생은 조선 민족의 도덕과 신뢰를 겸비한 분으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긴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한 뒤 "특히 덜 발전한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이렇게 존경스러운 분을 잃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며 세계 보건계에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보건상 명의로 조전을 보냈다.

장례식을 마친 고인의 시신은 현지에서 화장된 뒤 28일 서울로 운구된다. 이 총장의 동생인 이종오(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명지대 교수는 "27일 에어프랑스 항공편을 이용, 파리를 거쳐 28일 오전 7시쯤(한국시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운구가 주말로 늦춰진 것은 스위스의 행정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서울에 도착한 다음에는 29일 영결식을 하고 바로 대전 국립묘지 묘역에 안장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장례식 참석을 위해 현지에 온 지인들은 고인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WHO 사업에 호의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의 호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박경덕 특파원 <poleey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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