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운구자들이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관을 장례 미사가 치러질 노트르담 성당으로 옮기고 있다. 이날 장례식에는 유족과 유엔 관계자, WHO직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제네바 AP=연합뉴스]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23일 이종욱 사무총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록에 서명하고 있다. [제네바 AP=연합뉴스]
장례식에는 아시아를 순방 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대신해 뉴욕에서 마크 말록 브라운 사무차장이 참석했다. 이 밖에 유엔 산하 국제기구 수장들과 고위급 인사들, 고인의 지인과 WHO 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제네바 교구 실바노 토마시 주교의 집전으로 진행된 영결 미사가 끝날 무렵 이 총장의 아들 충호씨, 빌 킨 WHO 사무총장 비서실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충호씨는 "아버지는 스킨스쿠버와 테니스를 즐기던 활동적인 분이었으며, 직원들과 자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을 100% 사랑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WHO 총회 참석차 현지에 온 유시민 장관은 "이 총장은 지난 3년간 지구촌 60여 개국을 다니면서 큰일을 하셨다"며 "그분의 업적과 정신을 기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駐)제네바 북한대표부의 이철 대사도 최혁 한국대표부 대사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장례식을 지켜봤다. 이 대사는 "이 선생은 조선 민족의 도덕과 신뢰를 겸비한 분으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긴 분"이라며 고인을 추모한 뒤 "특히 덜 발전한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이렇게 존경스러운 분을 잃는 것은 대단히 슬픈 일이며 세계 보건계에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보건상 명의로 조전을 보냈다.
장례식을 마친 고인의 시신은 현지에서 화장된 뒤 28일 서울로 운구된다. 이 총장의 동생인 이종오(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명지대 교수는 "27일 에어프랑스 항공편을 이용, 파리를 거쳐 28일 오전 7시쯤(한국시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운구가 주말로 늦춰진 것은 스위스의 행정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서울에 도착한 다음에는 29일 영결식을 하고 바로 대전 국립묘지 묘역에 안장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장례식 참석을 위해 현지에 온 지인들은 고인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WHO 사업에 호의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의 지원을 받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국내 기업의 호응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바=박경덕 특파원 <poleey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