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안면도 산성비 미 공업지역만큼 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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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 안면도 등 한국의 청정 지역에서도 산성비가 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건너온 대기오염 물질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청정 지역은 이미 미국 내의 준(準)오염 지역만큼 산성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 청정 지역에도 강산성비=기상청 기상연구소의 김상백 박사 등은 안면도와 경북 울진,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 등 세 곳의 산성비 양을 측정했다. 이 장소들은 주변에 대도시 등 오염원이 없는 한반도 서.남.북의 청정 지역이다.

그 결과 이 지역들에 내리는 비의 85~96%가 산성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1997~2004년 빗물의 산성도 평균값도 pH 4.81~4.89로 산성비였다. pH 5.6 이하를 산성비라고 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산성도가 높은 것이다.

강산성비(pH 4.5 이하)의 비율은 안면도에선 32.1%였다. 울진은 10.4%, 고산리는 15.4%였다.

김 박사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청정 지역의 빗물 산성도가 pH 4.8 수준"이라며 "주로 중국에서 날아오는 산성 물질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면도 등 국내 청정 지역에서 측정한 비의 산성도는 미국에선 산성비 오염이 심한 동부 지역 수준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민간 연구기관이 공동 조사.발표한 2004년 산성비 지도에 따르면 인디애나.오하오이.펜실베이니아주 등 오대호 남쪽 지역에서 pH 4.3~4.7의 산성비가 내렸다. 중서부 지역은 pH 5.0~6.2 정도의 약산성 혹은 중성의 비였다.

◆ 중국 오염 물질이 원인=미국의 환경과학기술지(誌)는 올 1월 중국에서 얼마나 강한 산성비가 내리고 있는지를 실었다. 쓰촨성 등 중국 남부 지역의 경우 pH 4 이하의 매우 강한 산성비가 내린다. 이는 오렌지주스의 시큼한 맛 정도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삼림에 대한 피해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중국의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2003년 기준으로 연간 2200만t이다. 이는 유럽대륙 전체에서 나오는 배출량 1700만t보다도 많다. 미국에서 배출되는 1000만t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잡지에 실린 논문은 중국-노르웨이 공동 연구팀이 작성했다. 이들은 "중국의 대도시들이 오염을 막기 위해 공장에 집진기 등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먼지부터 줄이면 산성비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시 먼지는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 산성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지를 줄이면 더 강한 산성비가 내리고, 그렇다고 먼지를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중국 정부가 빠져 있다는 것.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봄과 여름철 한국 땅에 떨어지는 황(黃) 성분 가운데 26~37%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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