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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군함 남중국해서 41m 접근 충돌 위기 … 증시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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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주가가 떨어진 2일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29.31포인트 하락한 2309.57 , 코스닥지수는 794.99로 장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주가가 떨어진 2일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코스피는 29.31포인트 하락한 2309.57 , 코스닥지수는 794.99로 장을 종료했다. [연합뉴스]

무역 전쟁이 격화돼온 미국과 중국이 군사 충돌 우려까지 빚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출렁였다. 2일 코스피가 하루 전보다 29.31포인트(1.25%) 내린 2309.57로 마감했다. 코스닥이 받은 충격은 더 커서 800선이 무너졌다(794.99). 국내 외환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 달러당 원화 가치는 7.4원 급락한 1119.2원으로 장을 마쳤다. 홍콩(항셍지수, -2.38%), 대만(가권지수, -1.20%)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본토 증시는 국경절로 휴장했다.

무역분쟁이 군사적 긴장 불질러 #미 “적법한 작전” … 중 “무단 진입” #코스피 1.25% 하락, 코스닥 800 붕괴 #홍콩·대만 증시도 일제히 떨어져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를 부추긴 건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미·중 간 일촉즉발 상황이 알려지면서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문제의 ‘위험한 조우’(unsafe encounter)가 발생한 때는 지난달 30일.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의 일환으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인근 해역을 10시간가량 항해하던 중이었다.

중국이 점유 중인 전초 기지 게이븐 암초(중국명 난쉰자오<南薰礁>)와 존슨 암초(중국명 츠과자오<赤瓜礁>) 12해리(약 22㎞) 이내 해역으로 디케이터함이 접근했을 때다. 중국의 뤼양(旅洋)급 구축함 한 척이 디케이터함을 따라붙더니 해당 해역을 떠날 것을 경고했다.

미 태평양함대 찰스 브라운 대변인은 “(중국 구축함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동으로 접근해 점점 더 공격적인 기동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군함이 45야드(41m)까지 접근하는 바람에 “디케이터함은 ‘충돌 방지’ 기동까지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충돌 위험성을 경고한 이 같은 발언 말미에 브라운 대변인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계속 비행·항해하고 작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는 국경절 공휴일임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담화를 통해 디케이터의 항행은 자국 해역 내 무단 진입이었다면서 “중국 해군 함정이 상황을 식별한 뒤 증거를 확보하고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행위로서 “중·미 양국 군사관계를 심각히 파괴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비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해서 국가 주권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 전선이 무역전쟁을 넘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언론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타결 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을 중국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일련의 협정을 통해 각국의 제조 기반을 중국으로부터 빼내는, ‘글로벌 공급 사슬’(global supply chain) 조정 전략을 취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군사 대화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은 해군사령관의 방미 계획을 취소한 데 이어 이달 중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외교·안보대화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베이징 방문 계획도 취소됐다. 중국은 또 이달로 예정돼 있던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기도 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캐나다가 무역 협상 타결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는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 (지속에 대한) 우려감은 높다”며 “이는 한국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강혜란·조현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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