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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21 부동산 공급대책 파열음 …여(與)ㆍ여(與) 갈등 부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 “아파트 부지 내놔라” VS 지자체 “안 된다” 

정부의 ‘9ㆍ21 부동산 공급대책’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첫 삽을 뜨기도 전에 해당 지자체들이 잇달아 반발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左), 박원순 서울시장(右) [중앙포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左), 박원순 서울시장(右) [중앙포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서울 주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면적 330만㎡(100만평) 이상 신도시 4~5곳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1차로 서울 등 신규 택지 17곳에 3만5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스페인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며 국토부 방침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도심 업무빌딩 안에 주택을 짓자고 역제안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푼다고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니다. 국토부가 이 정부 내에 부동산 문제를 끝장내겠다는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국토부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김현미 장관은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지자체가 수용을 안 하면 국토부가 가진 그린벨트의 해제 물량을 독자적으로 활용하되 지자체와의 협의를 긴밀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은 관련 법규에 따라 서울시장의 동의 없이도 그린벨트를 직권해제할 수 있다.

중간에 낀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하다. 박 시장은 당내 유력 차기 대선 후보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부편을 들어 서울시를 압박하기도 곤란하다. 당 내부에선 “박 시장이 대권 욕심에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박 시장의 환경 수호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도 맞닿아 있다”는 등의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임대아파트 부지로는 못 준다”…계속되는 반대

부지로 낙점된 지자체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다. 특히 서울이 그렇다. 강동구는 고덕 강일지구에 신혼희망타운 3538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국토부 발표대로 추진하면 아예 ‘임대하우스’가 된다”고 반발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도 옛 성동구치소 자리에 임대주택 대신 문화시설을 건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둘 다 민주당 소속이다.

경기도에선 광명시가 지난달 27일 반대입장을 냈다. 이어 성남, 시흥 등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 지자체장들이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은 주민들 반발이 예상보다 커서다. 처음엔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추석 연휴 기간을 거치면서 지역 내 부정적 여론의 영향으로 ‘조건부ㆍ맞춤형’ 개발을 요구하는 쪽으로 흐름이 변했다.

주변 신도시 주민들도 “3기 신도시가 집값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반발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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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선 ‘여(與)ㆍ여(與)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장 중 24명, 경기도 내 31개 시장ㆍ군수 가운데 2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당 관계자는 “전체 목표 공급량(30만호)의 10~20% 정도만 아파트 부지를 발표했는데도 이렇게 반발하는데, 앞으로 추가 부지를 어떻게 선정할지 캄캄하다”고 말했다.
현일훈ㆍ하준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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