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봉사정신으로 사랑을 실천 가치관 혼돈 속에 "꿋꿋한 삶"의 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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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는 효행상을 심사할 때마다 겸손과 자제와 봉사의 정신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의 행적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해마다 전국에서 그런 사람들을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무게를 따질 수없이 하나같이 지극과 정성을 다한 효행자들이다.
우리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 소리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에 살고있다는 사실에 큰 감명과 위로를 받는다. 산업사회의 확산과 함께 도덕적인 가치관은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으며, 대가족이 흩어지고 핵가족시대가 되면서 효도는 불편하고 거추장스런 덕목으로 여기는 시속도 없지 않다.
사람들은 그런 세태를 한탄하면서도 스스로 사랑을 실천하는데는 행동이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오늘 모든 사람들이 겪고있는 정신적 갈등이며 가치관의 혼돈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시대상황 속에서 올해 62세의 진복순 여사는 꿋꿋이 인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효행을 하기보다 그 자신이 효도를 받아야할 나이다.
그는 17세 나이에 옷 한벌 변변히 없는 가난한 집으로 출가, 40년 넘게 하루도 편한 날 없이 지냈다.
26세 때인 6·25동란 중 부군이 행방불명되자 그의 앞에는 두 딸과 뇌성마비의 시동생, 병약한 시어머니라는 무거운 짐이 남았다.
그는 절망하지 않고 낮에는 남의 농사일 돕기, 밤에는 베까는 일, 틈나면 산에서 약초 캐기로 가족을 부양했고, 시어머니 병구완을 했다.
이제 딸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출가하여 가정을 이루었고, 전답도 1천평이나 마련했다. 시어머니는 비록 거동은 불편하지만 90수를 누리고있다.
그에겐 마음 편하게 해주는 며느리가 더없이 고맙고 그것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다.
효행대상이 진여사에게 돌아가는데는 토론의 여지가 없었다. 올해도 효행가정수상자는 두 분을 선정했다. 그중 한 분은 74세의 이용옹이다. 그 역시 효도를 받아야할 연세다.
흔히 효도는 여성에게 더 많이 주어진 의무처럼 생각하는 통념이랄까, 세속에서 그는 몸소 자식된 남자의 도리를 다해 보였다.
우리는 해마다 많은 효행자들을 찾아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것을 더 없이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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