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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북한과 방송교류 적극모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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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 나라 방송은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잘못된 것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정리해야할 문제가 계속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전환기 한국방송의 숱한 난제들을 특유의 노련한 솜씨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강원용 방송위원장(71).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은 1백20% 발휘하는 적극성과 뛰어난 막후 조정능력으로 KB S·MBC사장 선임과 MBC위상 정립문제를 처리하기도 했다.
신학박사로서 목회활동을 주로 했던 그는 70년대까지는 소위 반체제민주운동의 지도적인 인사였으며 80년 국정자문위원이 되면서 체제 내로 진입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강위원장은 방송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주장과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양대 방송사 노조의 입장은 당연한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잘못된 내용을 방송하는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노조가 방송의 공정성과 민주화를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현재로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지만 잘해보자는 건설적인 내용이므로 나는 결코 비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낙관론의 근거로 지난해 12월 MBC가 방송문화진흥회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파업위기를 넘겼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KBS이사선출, MBC 위상문제 처리 외에도 새 방송법에 의해 공익자금 심의 결정, T V 수신료 징수, 광고심의 등의 새 업무를 인수하느라 방송프로그램과 직접 관계 있는 일은 거의 못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방송관계자들과 많은 토론을 거쳐 방송 자체의 발전을 위한 본질적인 일을 할 생각입니다.』
강위원장은 방송위원회의 심의기구가 비대해서 외부에서는 마치 방송사를 견제하는 기관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방송개발원 설립, 연구조사사업, 방송백서 출간, 대규모 방송자료실 설립, 미디어교육센터 설립 등이 지원사업의 내용이다.
강위원장이 정책면에서 가장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방송의 채널별 특성화.
『방송사는 자체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4천만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킨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강위원장은 채널별 특성화는 시청료 징수실적이 정상화되고 이에 따라 KBS-1TV의 광고가 폐지됨으로써 KBS-1TV의 공영방송적 특성이 살아나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새해부터 방송위원회가 시청료징수주체가 됐지만 우리도 묘안이 없습니다. KB S-1TV가 광고주들을 의식하지 않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시청료 납부에 협조해야 합니다.』
강위원장은 시청료 징수의 정상화를 위해 불공정한 내용을 철저히 시정하는 한편 여론조사를 통해 시청료 거부에 대한 원인분석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위원장은 교육방송이중·고생의 입시준비 위주라고 비판하고 국민전체의 교육과 교양을 위해 유용한 내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방송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는 만큼 지역 특성과 독자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강위원장은 남북방송교류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실천적 의지를 보였다.
『남북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편견 없이 정확히 알아야합니다. 과거처럼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내용은 지양돼야 합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한 순수 학술적 탐구프로그램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피차가 완전 공개해야 합니다.』
그는 올해 안으로 북한측에 방송교류를 정식으로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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