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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육재원을 다변화하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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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의 사립대학들은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간 등록금이 5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세계의 인재들이 구름같이 모여든다. 비싼 등록금에 걸맞은 최고수준의 교육.연구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자랑하는 것은 등록금이 없어 그만두는 학생이 없다는 사실이다. 형편이 되는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닌다. 가난한 학생들은 정부.기업의 지원으로 조성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수 있다. 장학금으로 다닌 학생들은 졸업 후 많은 기부금을 내 후배 교육을 지원한다. 명문대의 경우 자신이 받은 장학금 총액보다 많은 기부금을 모교에 내는 졸업생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운영 재원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고지원은 물론 기업.개인 기부금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대학의 1인당 교육비는 선진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쳐 대학 경쟁력 약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학은 교육재원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업.개인의 기부금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기업.개인이 스스로 대학을 지원하고 투자할 의욕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값비싼 연구소를 신축하지 않고도 대학과 공동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은 필요한 공간과 연구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산학협동과정을 개설해 곧바로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업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부분 대학은 몇 년 동안 아껴 모은 등록금 수입을 건물 신축에 써버리고, 교육 예산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이외의 재원으로 교육.연구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면 학생 등록금은 교육을 위한 직접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기숙사.교육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에 대해 보수적이던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대학에 민간자본을 유치해 기숙사를 건축하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 변화에 따라 건국대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헬스클럽.스터디룸.세미나실.도서관 등 각종 첨단시설을 갖추고,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기숙사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전액 장학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은 다소 비싸지만 안전하고 편리한 시설을 이용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기숙사 장학금으로 입주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학운영 모델이 될 것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명분으로 대학등록금이 낮아야 한다는 주장은 더 이상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 대학은 비싼 등록금을 받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육 .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학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순 건국대 기획조정처장·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