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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참사…성장률 이어 실업률도 한미 역전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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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경제성장률 역전’이 현실화한 가운데, 실업률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지표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 규모는 한국의 12배, 인구는 6배나 더 많은 미국이 이런 경제지표에서 한국을 앞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8월 실업자 수 올해가 최대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통계청 등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실업률은 3.83%, 미국의 실업률은 3.9%를 기록했다. 양국의 실업률 격차는 불과 0.07%포인트. 외환위기 여파로 한미 실업률이 역전됐던 1998년 1분기~2001년 1분기 이후 가장 작다. 양국의 실업률 격차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분기 때(미국 9.93%, 한국 3.6%) 6.33%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미 한국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은 2016년 미국을 추월했다. 이후 격차가 벌어지면서 지난 7월 한국의 15∼24세 실업률은 10.7%로 미국(8.6%)보다 2.1%포인트 더 높았다.

한국은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이후 실업률이 3% 초반을 유지했지만  조선ㆍ자동차 등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에는 3%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본격화한 올해 들어서부터 고용 관련 지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올해 1∼8월 실업자 수는 월평균 112만9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5000 명 늘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래 1∼8월 평균 실업자 수는 올해가 가장 많다.

이에 올해 1∼8월 실업급여 지급액 잠정치도 4조5147억원(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지급액보다 25%(9017억원)나 늘었다. 이 수치는 보통 최저임금 인상률과 엇비슷하게 늘었는데, 올해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16.4%)을 훨씬 웃돌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미국은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사람 수가 49년래 최저로 줄고, 광산ㆍ건축ㆍ제조업 등 생산직 일자리가 34년래 가장 높은 증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2009년 10%에 육박했던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2000년 2분기(3.9%) 이후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경제실장은 “실업률이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생길 정도”라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규제개혁과 기업 활성화 정책으로 투자가 늘고, 이는 새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OECD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실업률 ‘역주행’은 도드라진다. 올해 2분기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5.3%로 1년 전보다 0.52%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과 OECD 간 실업률 격차는 1.47%포인트로, OECD 실업률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가깝게 좁혀졌다.

이처럼 한국만 고용 훈풍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새로운 취업의 문이 좁아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용 창출력이 낮은 반도체ㆍ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의존도가 커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일자리 확대를 이끌 한국의 성장엔진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에 추월당한 데 이어 연간 성장률도 3년 만에 역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OECD는 최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춘 2.7%로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2.9%)ㆍ중국(6.7%)ㆍ일본(1.2%)에 대한 전망치는 그대로 유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늘릴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는 뒷전인 채 최저임금 가속페달만 밟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관광ㆍ의료ㆍ금융ㆍ유통 등  서비스 산업에서의 규제만 풀더라도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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