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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유지, 투자 유치 '두 토끼 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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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경제참관단이 16일 방문한 평양3월26일전선공장에서 김석남 지배인(오른쪽 손 든 사람)이 공장의 현황과 개건 현대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평양=신동연기자

15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북한경제 참관행사는 참가자들에게 북한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와 외국투자 유치란 양립하기 힘든 과제의 해결에 애쓰는 북한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 북한은 변화 중=참관단 중 앞서 방북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은 "북한이 상당히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2003년 이후 3년 만에 북한을 다시 찾은 경남대 양무진 교수는 "평양 거리에 차량이 많이 늘고 차 종류도 다양해졌으며, 주민들의 옷차림도 밝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밤에 불 켜진 아파트들이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전력 사정도 상당히 좋아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역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 현대경제연구원의 홍순직 박사는 "북이 남측의 대규모 참관단에 일반 공장이나 기업 외에 남포항과 그에 인접한 영남 배수리 공장 등 군사기밀적인 요소가 있는 곳까지 공개하고 사진 촬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북측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과 지난해 재가동한 영남 배수리 공장을 참관단에 최초로 공개했다. 북한을 수차례 방문한 통일부 설충 팀장은 "참관단을 맞은 북측의 공장장, 기업인, 경제 관계자들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경제발전에 대한 일정 정도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인 동시에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남측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전력공사 장재원 남북협력실장은 "같은 물건인데도 상점마다 가격이 다르고, 물건 값을 깎아 주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인센티브제가 상당 정도 도입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중국식 모델 따르는 것 아니다"=이번 행사는 우려 수준에 이른 중국의 북한경제 장악을 실감하는 계기도 됐다. 한 참가자는 "평양 고려호텔 상점에서 팔리는 물품의 70% 정도가 중국제였으며, 묘향산 향산호텔에 비치된 샴푸.치약.음료수 등도 모두 중국산이었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제9차 평양 봄철 국제상품전람회에 참석한 기업의 80%가량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의 공연도 상당 부분 중국의 문화적 틀을 차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 배수리 공장의 풍력과 태양력 발전설비가 중국산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북측은 그러나 중국의 북한경제 장악을 우려하는 참가자들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홍 박사는 "북의 무산광산, 평양 제1백화점 등을 중국이 장기임대했다는 남측 보도를 얘기하자 북측 안내원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고 전했다. 또 경제 개방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북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참가자가 "북쪽이 중국 모델을 따라 개혁 개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자 북측 안내원은 "그런 사고를 갖고선 아예 남북 경협을 할 생각을 하지 마라"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이 안내원은 "우리는 우리 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STX 정남수 부상무는 "북이 사회주의 체제 수호와 외국 투자 유치라는 병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참관단에 특례적 조치를 주는 겁니다"=이번 참관단 일정을 두고 북측 관계자들은 말끝마다 '특례적 조치'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참관단 초청자인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은 남측 경제인, 정부 당국자들로 구성된 참관단이 다양한 경제현장을 방문하는 데 따른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민화협은 당초 합의 일정에 없었던 모란봉.을밀대 새벽 산책, 평양 골프장에서의 기업인들 골프, 묘향산 등반과 야외 식사 등을 마련해 참관단 일정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와 관련, 한 참석자는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지만 이처럼 다양한 일정과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느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양=특별취재단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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