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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스포츠카의 야성, 가족과 함께…4인승으로 태어난 AMG GT

중앙일보

입력

메르세데스-AMG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4인승 스포츠카 모델인 'AMG GT 63 S 4MATIC+' 시승 행사를 열었다. 최대 출력 639마력 엔진을 탑재한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2초 안에 주파한다. 최고 속도는 315㎞/h다. [사진 메르세데스-AMG]

경기도 가평 아난티클럽하우스에 정차 중인 파나메라 4S [사진 포르쉐코리아]

지난 10여년 간 스포츠카와 4인승 세단의 장점을 겸비한 고성능 슈퍼카의 대명사는 포르쉐 '파나메라 4S' 였다. 2009년 4월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 차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발표하며 꾸준히 진화를 거듭했다. 미디어는 이 차의 새로운 모델이 발표될 때마다 '양복과 레이싱 재킷이 모두 어울리는 차'라는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파나메라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자가 출현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전 세계 미디어에 공개된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다. 2도어 스포츠카를 위주로 승부했던 AMG가 4도어 모델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미국·독일 등에서 모인 취재진은 이 차를 시승한 직후 '파나메라 킬러'라는 별명을 즉석에서 지어줬다. 토비아스 뫼어스 메르세데스-AMG 회장은 시승 행사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경쟁사인) 포르쉐가 (이 차 발표로) 다소 불편해한다면, 우리로선 아주 괜찮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성능 스포츠-세단 시장의 주도권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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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 모델은 스포츠카로서의 운전하는 재미와 패밀리카로서의 편의성을 함께 추구한다. [사진 메르세데스-AMG]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 모델은 스포츠카로서의 운전하는 재미와 패밀리카로서의 편의성을 함께 추구한다. [사진 메르세데스-AMG]

취재진은 미국 오스틴 시내에서 변두리 주택가, 구불구불한 언덕길, 고속도로 등을 지나 포뮬러 1(F1) 경기장 '서킷 오브 아메리카'까지 가는 127㎞ 코스를 'AMG GT 53 4도어' 모델을 타고 달렸다. 'GT 53'은 엔진 배기량 2999㏄, 최고 출력 435마력으로 'GT 63'(배기량 3982㏄, 최고 출력 639마력)보다는 엔진 성능이 떨어지지만, 나머지 사양이나 디자인 등은 큰 차이가 없는 모델이다. 특히 4인승 GT 모델에 적용된 낮은 보닛(자동차 앞부분의 덮개)과 길쭉한 전면부, 갈비뼈가 수직으로 내려온 듯한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근육질이 부각된 외관 디자인은 강한 인상과 운동 미를 극대화했다.

시승 전 거추장스러운 짐을 싣기 위해 트렁크를 열자 중형 여행용 케리어 4개는 충분히 들어갈 만한 적재 공간이 나타났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무거운 짐을 든 상태에선 뒤범퍼 하단에서 발동작만으로도 트렁크 문을 열 수 있는 편의성도 갖췄다. 제조사 측은 뒷 좌석을 접었을 때 1324L까지 늘어나는 넓은 트렁크는 이 모델이 스포츠카의 유전자(DNA)에 패밀리카로서의 실용성까지 추구한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 모델은 스포츠카로서의 운전하는 재미와 패밀리카로서의 편의성을 함께 추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용령이 1324L로 늘어난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 모델은 스포츠카로서의 운전하는 재미와 패밀리카로서의 편의성을 함께 추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용령이 1324L로 늘어난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짐을 싣고 운전석에 앉았다. 항공기 터빈 모양을 형상화한 송풍구와 전자식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감싸는 은은한 실내조명은 한눈에 고급 차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송풍구·스피커 등이 달린 전면·측면 패널에는 가죽 느낌을 살린 사선 모양의 디자인이 가미됐지만, 두드리면 '텅텅' 소리가 나는 플라스틱 재질이었다. 고급 차로서의 이미지를 다소 반감시켰던 부분이다.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의 실내 모습. 항공지 엔진 터빈 모양의 송풍구가 인상적이다. [사진 메르세데스-AMG]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AMG GT 53 4MATIC+'의 실내 모습. 항공지 엔진 터빈 모양의 송풍구가 인상적이다. [사진 메르세데스-AMG]

시내 도로와 주택가를 주행할 땐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속도 방지턱을 넘을 땐 충격이 다소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조수석에서 타고 달릴 땐 손잡이가 없어 불편했다. '패밀리카'를 지향한다고는 했지만, '탑승자의 안락함보단 운전자의 재미'를 강조하는 AMG의 스포츠카 제조 철학이 분명해 보였다. 조부모나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기엔 이 차는 세단의 편안함엔 미치지 못했다.

이 차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드러났다. 스포츠카에서 안락함까지 찾는 건 이 차에 대한 모독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GT 53 모델은 컴포트·스포츠·스포츠+·레이스 등의 주행 모드를 골라서 달릴 수 있다. 스포츠·레이스 모드로 갈수록 엔진 소리가 웅장해지고 스티어링휠의 감도도 무거워졌다. 차체 무게 2045㎏의 거구였지면, 6기통 터보엔진의 강한 힘(435마력)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량이 단단하고 빠르게 뻗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5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로는 시속 285㎞까지 낼 수 있다.

주행 중 무섭게 달리는 트럭이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상체가 앞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차량 앞쪽과 뒤쪽의 무게 비중을 51대 49로 맞춰 '50대 50'에 가까운 균형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통상 차량은 엔진부가 있는 앞쪽의 무게가 무거워 브레이크를 잡으면 상체가 쏠리게 마련이다.

레이싱 트랙 시승을 위해 대기 중인 메르세데스-AMG GT 63 S 4MATIC+ 모델. 취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F1 경기장 '서킷 오브 아메리카'에서 한 바퀴 당 5.5㎞ 구간, 20개 곡선 주로가 있는 코스를 4바퀴 돌며 주행을 테스트 했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레이싱 트랙 시승을 위해 대기 중인 메르세데스-AMG GT 63 S 4MATIC+ 모델. 취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F1 경기장 '서킷 오브 아메리카'에서 한 바퀴 당 5.5㎞ 구간, 20개 곡선 주로가 있는 코스를 4바퀴 돌며 주행을 테스트 했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최종 목적지 '서킷 오브 아메리카'에 도착해선 GT 53 모델보다는 한 단계 사양이 높은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63 S'로 갈아탔다. 총 20개 곡선 주로, 한 바퀴당 5.5㎞ 거리의 레이싱 트랙을 4바퀴 돌았다.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이 내뿜는 최고 639마력 추진력은 한 마리의 맹수 위에 올라탄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평상시엔 후륜 구동으로 달리지만, 비상시 빠르게 전환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 주행 중 코너링을 하더라도 바퀴의 미끄러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직선 주로에서 시속 200㎞까지 속도를 냈다가 브레이크를 밟은 뒤 스티어링휠을 50~60도 가량 꺾어 코너를 돌았다. 속도계는 시속 90㎞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코너링은 안정적이었다.

스포츠나 레이싱 모드로 주행 방식을 설정하면 '부아아아앙~' 하는 머플러 소리가 크게 나면서 운전하는 재미를 더 했다. 물론 이런 소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머플러 소음 제거 버튼을 눌러 조용하게 달릴 수도 있다.

AMG GT 4인승 모델은 특히 외부 압력에도 차체의 뒤틀림을 방지하는 강성(剛性)이 강조됐다. 시몬 톰스 메르세데스-AMG 제품 개발 담당은 "엔진을 받쳐주는 밑바닥을 강철판으로 지지하고 가운데 몸체에도 굵은 강철 지지대를 넣어 강성을 높였다"며 "AMG가 개발한 차종 중 이번 GT 모델이 가장 강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모델은 강성(剛性·외부 힘에 의해 차량이 뒤틀리지 않는 정도)을 높이기 위해 자체 전면 엔진부 밑바닥에 강철판을 대고, 다수의 강철 지지대를 자체 밑바닥에 부착했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 모델은 강성(剛性·외부 힘에 의해 차량이 뒤틀리지 않는 정도)을 높이기 위해 자체 전면 엔진부 밑바닥에 강철판을 대고, 다수의 강철 지지대를 자체 밑바닥에 부착했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인 AMG는 지난해 국내에서 3206대, 세계 시장에선 13만1970대가 판매됐다. GT 63 S 모델의 출시 가격은 정해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한 대당 2억원 안팎에서 책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비는 유럽 측정치 기준, 시내·시외 주행 평균 GT 63 S 모델은 1L 당 8.8㎞, GT 53은 10.6㎞다.

오스틴=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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