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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로수 상태는 괜찮지만, 마음 급한듯 속성수 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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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는 가로수 상태는 괜찮았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듯 속성수 위주로 심은 게 눈에 띄었다.”

북한 다녀온 김재현 산림청장, "취락 밀집지역은 산림 황폐화" #북한은 "조림사업 빨리 도와달라"지만, "단계적 추진 필요"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으로 동행했던 김재현 산림청장은 21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양 순안공항에서 내려서 주변을 보니 가로수가 많이 심겨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청장은 “가로수는 메타세쿼이아, 은단풍, 아카시아, 플라타너스 등 빨리 자라는 나무 위주였고, 평양 시내 가로수도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 등으로 관리가 잘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이 21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김재현 산림청장이 21일 정부대전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김 청장은 평양 주변 구릉성 산지에는 거의 나무가 없는 상황이었고,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가는 길은 비교적 조림이 잘 돼 있었다"고 전했다.
김 청장은 “평양에서 삼지연 공항으로 이동하다 보니 인구가 밀집한 지역은 산지가 훼손된 것을 볼 수 있었고, 특히 압록강 주변과 혜산 지역 등 해발고도가 높은 곳도 취락지역은 산림이 많이 황폐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인구가 없는 지역은 천연 상태의 산림이 잘 보존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원 철원군 근남면 통일양묘장에서 북한 산림복구를 지원할 소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다.[연합뉴스]

강원 철원군 근남면 통일양묘장에서 북한 산림복구를 지원할 소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다.[연합뉴스]

김 청장은 또 "삼지연 공항에서 백두산까지 40㎞가량의 차량으로 이동하며 바라본 백두산은 잎갈나무가 장관이었고, 자작나무에 노란 단풍이 든 모습도 아름다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이 백두산을 관광객에 개방한다고 하는데, 보존대책과 함께 관광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삼지연길 40km구간을 2박3일트레킹 코스 등을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남북 산림협력과 관련해 김 청장은 "일단 양묘장 조성이 검토될 것"이라며 "북측은 대규모 양묘장 조성을 원하지만, 우리는 황폐화가 심한 곳 위주로 군 단위의 소규모 양묘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실용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양묘장 조성은 묘목 공급 등 개별적으로 진행할 게 아니라 묘목 키우는 것부터 조림단계까지 종합적으로 한꺼번에 세트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남북 산림협력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제로 2018 겨레의 숲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남북 산림협력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주제로 2018 겨레의 숲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김 청장은 병해충 방제에 대해 "병해충 약재는 문제가 없지만, 방제 기자재 일부가 북한반입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신뢰를 쌓는 차원에서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북측 인사들은 ‘쩨쩨한 모습 보이지 말고 산림 복구를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했지만, 국제 제재 등 상황을 봐가며 30년 정도 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수를 한 모감주나무는 청와대 경내에도 있으며,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수종"이라며 "번영과 풍요를 상징하고 염주를 만드는 나무인 만큼 축원과 축복의 의미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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