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3연임 성공했지만 … 당원 투표 224대 18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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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열린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했다. 2021년까지인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일 열린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했다. 2021년까지인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AFP=연합뉴스]

“이제 드디어 여러분들과 함께 헌법개정에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서 예상 밖 고전 #“아베 1강체제에 대한 반감 표출” #장기집권 함께 레임덕 시작된 듯 #국민 과반 반대, 개헌 강행 쉽잖아 #내년 소비세 증세 부작용도 변수

20일 도쿄의 자민당 당사 8층 강당에서 열린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직후 연단에 오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자민당의 입당(立黨·당을 세움)정신은 ‘모든 국민들을 위해서’다. 지금부터는 모두가 협력하고 힘을 모아 새로운 일본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553표 대 254표로 나타난 경선 결과가 발표된 뒤 장내에 우뢰와 같은 박수나 함성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주변 의원들과 목례로 축하 인사를 나눴지만 활짝 웃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소를 머금은 건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이었다. 이시바의 표 차이가 아베 진영이 기대했던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표만 넘어도 선전”이라던 예상을 뒤집고 이시바는 30%가 넘는 표를 잠식했다. 그는 NHK 인터뷰에서 “자민당이 하나의 색깔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경선”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당내 1,2,4,5위 파벌의 전폭적인 지지, 3위 파벌로부터도 절반 이상의 지원을 업은 아베 총리는 국회의원표에선 329 대 73으로 이시바를 압도했다. 하지만 405표로 환산된 일반 당원투표(유권자 104만여명)에선 224대 181로 이시바 전 간사장과 접전을 벌였다. 일본 언론들은 “모리토모·가케 사학재단 의혹과 강압적인 정치 수법 등 아베 1강체제의 부조리에 대해 견제심리가 발동했다”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가 당선 소감에서 “정말로 배운게 별로 없고 모자란 사람”이라며 자신을 낮춘 것도 이런 여론의 저항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쨋든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까지 최장 3년 동안 더 자민당 총재와 총리직에 머물 수 있게 됐다. 그는 20일 현재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포함해 2461일동안 총리로 재임했다. 지금은 역대 5위(전후 총리로는 3위)지만 최장 기록 보유자인 가쓰라 다로(2886일)전 총리를 넘어설 날도 머지 않았다.

하지만 경선 결과부터가 그의 기대를 비켜간 것처럼 마지막 임기 3년이 아베 총리에게 꽃 길만은 아니다. 권력자에겐 숙명처럼 찾아오는 레임덕을 아베 총리도 피할 수 없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유산’으로 공을 들이는 평화헌법 개정은 거꾸로 그를 쓰러뜨리는 비수가 될 수 있다. 총재 경선 과정에서 “꼭 시일을 정해 놓은 건 아니다”라고 물러서긴 했지만 아베 총리는 올 가을 임시국회에 자민당의 개헌안을 제출해 국회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민당은 ‘필요한 자위 조치를 위한 실력조직으로서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개헌안을 이미 만들었다. 임기 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점령기에 만들어진 헌법에 손을 대는 첫 총리’가 되는 건 그의 오랜 꿈이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엔 반대 여론이 높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산케이 신문의 여론조사(9월 15일~16일)에서 조차 ‘자민당 헌법개정안을 가을 국회에 제출하는 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은 38.8%였고, 반대는 51.1%였다.

그의 3연임 가도를 든든하게 받쳐줬던 아베노믹스의 실적도 고비를 맞게 된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증세(8%→10%)의 부작용을 어떻게 잡음없이 극복하느냐, 2012년 말 집권이후 지속해온 양적 완화의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초고령화 사회 일본이 직면한 사회보장 개혁의 완수도 그가 떠안은 숙제다.

개헌과 함께 그가 ‘아베만이 이룰 수 있는 대업’으로 꼽아온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등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러시아와의 영토 반환 교섭 등도 향후 3년 간의 중요한 테마다. 아베 총리가 “전후 일본 외교를 총결산하겠다”고 다짐해온 만큼 외교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느냐도 그의 롱런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도쿄=서승욱·윤설영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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