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한 시간 동안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다. 빛나는 조국은 북한이 정부수립 기념일(9ㆍ9절) 7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야심작으로 지난 9일 시작했다. 수 만명이 동원된 카드섹션과 집단체조, 교예(서커스)를 조합한 종합공연이다. 북한은 2000년대엔 ‘아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공연을 진행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이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빛나는 조국이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다. 또 북한이 ‘조국’을 북한을 대신하는 이름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오전 “북한이 우리 측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며 “일부 내용을 바꿔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빛나는 조국은 과거 북한의 대표적인 대집단체조 공연 ‘아리랑’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많다. 공연 중 드론이 등장하는가 하면 무대 바닥에 백두산 천지 영상을 비추는 영상 예술인 일종의 ‘미디어 아트’기법도 사용됐다. 공연의 내용에도 변화가 있다. ‘원수를 치자’, ‘최후결전’ 등 반미구호가 사라지고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며 외교 관계 다각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연 도중 문 대통령이 등장하는 4ㆍ27남북정상회담 영상이 나오기도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관람 부담이 덜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참석차 평양에 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단체조 공연(아리랑)을 관람했다.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북한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노 전 대통령이 보겠다고 ‘직접’ 결단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관람이 이뤄졌다. 북한은 당시 인민군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국군을 공격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모습을 대통령이 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었고, 북한은 태권도 시범 장면을 새로 집어넣는 등 공연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아리랑 공연 장면이 담긴 영상과 수백장의 공연 장면 내용을 본 뒤 관람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