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내부 문건을 빼내고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52·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변호사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이 지난 6월 수사를 시작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유 변호사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과 직권남용, 절도 혐의를 적용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를 넘어 현실화된 사안”이라며 “이런 경우는 통상 국내 사법체계에서 구속수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10일 검찰의 세 번째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될 쯤 해당 문건을 파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증거인멸에 책임을 묻겠다”며 공개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검찰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며 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았다. 올해 초 퇴직하면서 이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일선 연구관에게 USB에 문건들을 담아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2016년 청와대 지시를 받고 최순실씨 측근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사안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추가 조사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근무 중에 취급했던 1개 사건을 퇴임 이후 변호사로 개업해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취급했던 사건을 수임한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해 특수2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도 추가로 투입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로 알려진 지난 2016년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 규모에 버금간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