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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배상문 “군대가 약이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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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PGA 2부 투어 앨버트슨스 보이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배상문. 그는 이날 우승으로 PGA 1부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AFP=연합뉴스]

PGA 2부 투어 앨버트슨스 보이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배상문. 그는 이날 우승으로 PGA 1부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AFP=연합뉴스]

‘예비역 병장’ 배상문(31)이 돌아왔다. 전역한 지 꼭 1년 만이다. 다음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풀카드(전경기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미국 무대에서 롱런할 기회를 얻었다.

슬럼프 딛고 PGA 2부 투어 우승 #다음 시즌 1부 투어 전경기 출전권 #제대 후 인내심 가지고 재기 노력

배상문은 17일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스의 힐크레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PGA 2부 웹닷컴 투어 파이널 시리즈 3차전 앨버트슨스 보이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합계 19언더파로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웹닷컴 투어 파이널 시리즈 랭킹 1위로 올라선 배상문은 남은 1개 대회 결과와 관계없이 상위 25위 이내 진입을 확정하면서 다음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4년 11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배상문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1년여 동안 고생했는데 이제서야 내 게임이 돌아왔다”고 자평했다.

그에겐 의미가 큰 우승이었다. 2012년 PGA 투어에 진출한 배상문은 지난 2015년 11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해 21개월간 병역 의무를 다했다. 그는 입대 전 행정 소송을 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증까지 겪었다. 군에서 그는 골프 클럽을 내려놓고 골프병이 아닌 일반 소총수로 복무했다. 그는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약이 됐다. 스스로 더 강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지난해 8월 전역하자마자 KPGA 투어 신한동해오픈을 통해 필드에 복귀했다. 그는 PGA 투어의 배려로 27개 대회 출전권을 얻은 상태였다. 그러나 복귀 후 좀처럼 예전 같은 샷이 나오지 않았다. PGA 투어에 복귀해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출전한 17개 대회 중 12차례나 컷 탈락하거나 기권했다. 퍼팅이 가장 큰 문제였다. 퍼팅 슬럼프가 왔단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새 PGA 투어 시즌 상금 랭킹은 196위(18만4057달러), 페덱스컵 랭킹도 202위에 그쳤다.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였다.

그러나 배상문은 2부 투어 파이널 시리즈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PGA 투어의 남은 10개 대회 대신 웹닷컴 투어 파이널 시리즈를 통해 다음 시즌 시드 확보를 노린 건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PGA 투어는 웹닷컴 파이널 시리즈 4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25위 이내에 들면 다음 시즌 출전권을 준다. 배상문은 파이널 시리즈 1차전에서 공동 35위, 2차전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한 데 이어 3차전에서 우승하면서 4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투어 카드를 따낸 것이다.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3명과 동타였던 배상문은 18번 홀(파4)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홀이 보이지 않는 언덕 아래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 2m 거리에 떨어졌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 퍼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시즌 내내 말썽이었던 퍼팅을 결정적인 순간 성공시켰다. 배상문은 “경기 내내 흔들림 없던 플레이에 만족한다. 마지막 챔피언 퍼트를 할 때도 전혀 긴장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며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군 생활과 제대 후 1년여의 세월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지난해 전역한 뒤 “군 생활을 하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미래에 대한 자세도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참고 기다린 ‘예비역 병장’ 배상문이 1년 만에 다시 비상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배상문의 성공이 더 반가운 건 아직 병역을 마치지 않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선례가 됐다는 점이다. 국내 간판급 프로골퍼 중에선 노승열(27)이 지난해 11월 현역병으로 입대해 배상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또 탁구스타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 안병훈(27)과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시우(23), 올 시즌 웹닷컴투어 상금 1위 임성재(20) 등도 향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배상문이 PGA 투어 풀카드를 확보하면서 다음 달 개막하는 2018~2019시즌 PGA 투어엔 8명의 한국 선수가 활약하게 됐다. 배상문은 20일 개막하는 파이널 시리즈 4차전에는 출전하지 않고, 다음 달 4일 열리는 2018~2019시즌 PGA 투어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을 준비한다.

배상문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다음 목표는 PGA 1부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개막전을 앞두고 샷을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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