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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씨에 명품 세트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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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밍크 털로 장식된 로베르토 카발리 코트 1점(650만원 상당), 샤넬 핸드백 1점(230만원), 루이 13세 코냑 1병(300만원), 세이블 캐시미어 숄 1점(100만원), 발렌티노 스카프 1점(50만원), 남성용 구찌 머플러 1점(40만원), 페라가모 넥타이 2점(24만원), 발렌티노 숄 1점(30만원)'.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씨가 성낙합(3월 사망) 전 서울 중구청장의 인척 장모(59.여)씨에게서 받은 선물 목록이다. '명품 8종 세트'의 가격은 모두 1424만원어치. 이 같은 내용은 박 의원 측에 공천헌금을 제공한 혐의로 17일 구속된 장씨의 영장에 나온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올 1월 6일 자신의 아들을 서울 중구 신씨의 아파트로 보내 명품 세트를 전달했다. 신씨가 좋아하는 체리 1상자도 함께 보냈다.

명품 전달이 있은 지 이틀 뒤 장씨는 박 의원 부부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일식당으로 초대했다. 장씨는 이 식당에서 박 의원 부부에게 "성낙합씨를 구청장 후보로 공천해줬으면 좋겠다. 21만 달러(약 2억원)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식사가 끝난 뒤 식당 입구 주차장에서 박 의원이 보는 가운데 신씨에게 21만 달러가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 성 전 구청장이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의원과 부인 신씨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박 의원은 "2004년 받은 샤넬 핸드백과 함께 선물들을 1월 돌려주려고 수차례 장씨에게 전화했었다"며 "그러나 가져가지 않아 올 3월 한나라당 클린센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분이라 사심 없이 저녁식사를 했으며, 당시 돈을 준비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튿날 아침 일찍 장씨에게 전화해 '돈을 안 가져가면 선관위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더니 장씨가 곧바로 집에 찾아와 돈을 가지고 갔다"고 했다. 장씨는 1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의원 측이 21만 달러를 되돌려줘 액수가 적은 줄 알고 1억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문병주 기자

◆ 로베르토 카발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디자이너인 로베르토 카발리(66)가 자신의 이름을 따 1960년대에 론칭한 고급 여성복이다. 동물 무늬 등 이국적이고 화려한 원단에 몸매를 드러내는 실크 드레스로 잘 알려졌으며, 최근엔 섹스 심벌의 대명사인 미국의 흑인 여가수 비욘세가 즐겨 입어 화제가 됐다. 이 밖에 샤론 스톤과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도 애용한다고 한다. 코트의 경우 최소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 루이 13세는 프랑스 레미마르탱사의 최고급 코냑이다. 숙성 기간만 50년으로 국내에서 700㎖ 한 병에 300만원 정도에 팔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1997년 미국 방문 때 이 술을 접대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 게재된 명품 사진은 신은경씨가 받은 것과 동일한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음.

*** 반론

5월 19일자 15면 "신은경씨에 명품 세트 줬다" 기사에서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의 부인 신씨가 서울 중구청장 공천희망자 측 장모씨에게서 공천 청탁과 함께 8종의 해외 명품을 받았다는 내용은 장씨의 구속영장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영장 내용은 장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기사에 언급된 명품은 실제 물건과 차이가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박 의원 측은 "장씨는 박 의원 부부가 외출했을 때 물건을 집에 두고 갔으며, 박 의원 부부는 물건을 개봉하거나 일절 사용하지 않고 한나라당 클린센터에 보관해 왔다"고 했습니다. 또 "장씨가 21만 달러가 든 쇼핑백을 선물로 가장해 건넬 때 박 의원 부부가 돈인 줄 알고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박 의원 부부는 21만 달러 일체를 그 다음날 즉시 장씨에게 되돌려줬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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