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젊은 엄마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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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친구들이 갑자기 언니.오빠가 되면 딸애가 얼마나 혼란스럽겠어요."

2002년 1월 출생한 딸을 둔 이수미(34.여)씨. "일곱 살(만 6세) 때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입학 기준일을 바꾼다니 무슨 소리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입학기준일이 현행대로 3월 1일인 경우 이씨의 딸은 7세 때 2001년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입학한다. 그러나 입학 기준일이 1월 1일로 변경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규제개혁장관회의는 200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입학 기준일을 3월 1일에서 1월 1일로 변경한다고 9일 발표했다. 이에 취학을 앞둔 아이를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2002년 1, 2월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걱정이 크다. 입학연도가 2008년에서 2009년으로 늦춰지기 때문이다. 현재 해마다 평균 60만 명가량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이 중 10만 명 정도는 1, 2월생이다. 2002년 2월생 아들을 둔 박모(35.여)씨는 "요즘 교육비도 비싼데 유치원을 1년이나 더 보내야 하느냐"며 "최소한 사전에 준비할 시간을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집단소송 움직임도=교육부는 지난해 말까지도 "입학 기준일 변경을 결정한 바 없으며 시행 전에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2002년 2월생 자녀를 둔 김명선씨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정부의 말만 믿고 아이를 유치원 6세반에 보냈다"며 "이런 민감한 문제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 듯 바꿀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김제은씨는 "대입제도가 바뀐다는 뉴스가 나올 땐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취학 때부터 이러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1, 2월생 부모들이 만든 다음카페 '1월 2월생 아기 부모 모임'은 "공청회도 없이 누구 의견으로 입학 기준일을 바꾸느냐"며 교육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 유치원을 1년 더 다니는 비용(일반 유치원 500만원, 영어 유치원 800만원), 아이와 부모에 대한 정신적 피해(각 100만원)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 "조기입학 가능"=교육부 황남택 학교정책실장은 "종전엔 1, 2월생 학부모들이 대거 자녀들의 입학을 유예했는데 이 과정에서 질병확인서를 떼야 하는 불편이 컸다. 취학 기준일 조정은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섭 교육복지정책과장은 "현재 만 5세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1년 더 빨리 들어가고 싶으면 조기입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 2002년 1, 2월생 입학 기준일 변경=세계적으로 학기 개시일이 입학 기준일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1961년 교육법을 개정하면서 학기 개시일과 입학 기준일을 3월 1일로 정했다. 그러나 최근 1, 2월생의 학교생활 부적응이 우려된다는 일부 지적이 있자 9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2008년부터 입학 기준일을 1월 1일로 변경키로 했다.

*** 반론

5월 19일자 1면 '10만 젊은 엄마 대혼란'기사와 관련,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은 "종전 입학 기준일에 따라 취학 준비를 하고 있는 2002년 1, 2월생은 부모가 원할 경우 당초 계획대로 2008학년도에 입학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기획단은 또 "취학연령을 만 5~7세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부모 입장에선 취학시기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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