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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병역회피' 서울대 음대, "40대면 은퇴···심정 이해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체중을 늘려 4급 보충역을 받은 서울대 성악전공자들이 적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13일 서울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나 학과의 탈선으로 몰아가는 시각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과 전체의 탈선으로 몰아가선 안돼” #예체능 전공자 부각하는 시선에 부정적 반응 #“명백한 위법이지만 심정 이해한다”의견도

13일 오후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의 음악대학 캠퍼스는 전공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중 성악학과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지는 한 교실 앞에서 최근 불거진 병역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자신을 4학년이라고 밝힌 한 성악과 남학생은 “성악가들은 피아니스트나 작곡가와 달리 몸(성대)을 직접 써야하기 때문에 40대가 되면 은퇴할 만큼 커리어 수명이 짧다”며 석· 박사 과정을 밟고 유학을 다녀오면 30대를 훌쩍 지나는 경우도 많다. 위법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현역 복무를 피하려고 했던 심정이 어떤 것인지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건물의 전경. 홍지유 기자

13일 오후 취재진이 찾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건물의 전경. 홍지유 기자

또 다른 음악대학 소속 남학생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은 군대를 안 갈 수 있다면 안 가고 싶은 마음 일 것이다. 여기서만 유독 병역 기피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서울대, 특히 예체능 전공자라는 점을 부각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력에 대한 걱정은 있었을 것이란 점은 이해하지만 특정 전공만 경력 단절을 겪는 것은 아니다. 잘못한 점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한 기악과 학생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병역 회피는 특정 대학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데도 ‘서울대’라는 점이 부각됐다고 느꼈고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취재진은 전상직 서울대 음악대학장(작곡과 교수)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학장은“그런 부분까지 잘 가르치지 못한 교수진의 불찰”이라며 “사전에 이 정보를 입수했다면 당연히 지도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 학장은 또 “다만 12명의 학생 중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대학원생이 섞여있고 체중을 늘린 시기에는 타 학교에 다니다 후에 서울대로 온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단톡방을 통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집단적 공모가 이뤄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12명이 한 채팅방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과 단톡방에서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니다. 친분이 있는 일부 학생들 간 개인 채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지난 11일 특별사법경찰수사 결과 서울대 성악전공자 김모씨(22) 등 12명이 현역 복무를 피할 목적으로 고의로 체중을 늘린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병무청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먹거나 검사 당일에 알로에 음료를 많이 마시는 등의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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