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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의보 1년|"번거롭고 돈 많이 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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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농어촌 의료보험이 불만스럽다. 과다한 보험료 부과,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할 수 없는 번거로운 절차, 보험료징수의 지역간 불균형 등으로 농어민을 위한 농어촌 의료보험이란 생색뿐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이 때문에 보험료 과다부과가 부당하다며 이의제기 사태를 빚고있는 가운데 일부지방에서는 보험료 납부 거부운동까지 일고있다. 또 보험료 재조정과 의료전달체계도 일반직장의료보험처럼 차등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올 1월부터 실시된 농어촌 의료보험실시 1년, 그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해 본다.

<보험료 과다>
『보험료가 들쭉날쭉하며 재산 조사 잘못으로 과다하게 부과되니 말이나 됩니까』 강원도 춘성군 남면 방하리 유모씨(62)는 『종손이기 때문에 종중 재산이 개인 재산에 합산, 매월 1만1천3백원씩 부과돼 지난 9월 이의신청으로 2천9백원을 감액 조정 받았다』고 말했다.
또 심모씨(66·춘성군 신동면 팔미2리)는 당국의 재산조사 착오로 매월 1만2천9백원씩 부과되던 보험료가 최근에 9천3백원으로 3천6백원 깍여 조정됐다.
농어촌 의보실시 1년이 다된 단계에서 아직도 보험료 부과가 잘못돼 잡음이. 일고있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충북 중원군 주덕면 화곡리 김홍득씨(54)는 조합측이 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닌 종중 땅인 논5천 평을 과표로 잡아 10월분 보험료를 8천7백원으로 매긴데 항의, 1천7백원을 감액조치 받았다.
게다가 같은 농어촌인데도 지역에 따라 부과액이 달라 문제. 강원도의 경우 가구당 월 평균 보험료는 5천3백76원인데 도시인근은 책정 액이 높아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원성군의 경우 평균보다 2백19원이 많은 5천5백95원이고 산간지방인 평창군은 월 4천90원으로 지역별 불균형을 보이고 있기 때문.
경기도는 도내 가구 당 평균 부담액이 4인 가족 기준 4천8백30원이나 가평군은 4천6백원, 강화 군은 7천5백96원에 달해 격차가 심하다.
2만8천7백 가구 중 2만원 이상 고액 부담자가 3%인 고양군 신도면의 김모씨(54)는 『법원에는 1년 동안 서너 번밖에 가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과다 부과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이 같은 과다부과 말썽은 정기적인 고정수입이 없는 농촌에 재산세 납부 액·가족 수 등을 보험료 근거자료로 삼기 때문에 고정수입을 가진 직장인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게 부과되고있는 실정.
보험료 부과가 이처럼 문제를 드러내자 전국 곳곳에선 보험료 과다부과 이의제기 사태를 빚어 강원도 춘성군 지역의 경우 이의제기로 감액조정을 받은 사례만도 1천15건, 3백89만5천원에 이르고있다. 더우기 전남 함평 지구에서는 보험료납부고지서를 아예 수취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의료기관 제한>
농어촌 의보 가입자들은 일반직장의료보험과는 달리 환자가 진료법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인 동시 불편.
중환자로 종합병원에 급히 가야할 경우에도 시·군내 1, 2차 범·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확인서를 떼야하기 때문.
이 같은 불편과 함께 병원비도 2중으로 내야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는 데다 산골주민들은 멀리 시 단위 종합병원을 가야하는 교통비 부담 등 2, 3중 고역을 치르고있다. 충북단양군 영춘면 의품리의 경우 이 마을 1백30가구 주민들은 1 ,2차 진료를 거쳐 다시 40㎞ 떨어진 제천·원주 등지로 중환자를 데리고 가야해 자칫 생명의 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다는 것.
『농어민을 위한 의료보험이 이같이 제한되고 까다롭게 만들어져 일손이 바쁜 농민들에게만 차등을 두는 처사는 있을 수 없읍니다.』
충남지역 농어촌 의보 가입자들은 『의료기관 선택은 특히 중환자의 경우 가입자의 뜻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민들은 번거로운 진단절차에다 3차 진료까지 받으려면 한나절을 보내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고 주장, 일반직장 의보와 차별을 없앨 것을 요구하는 합의가 각 군 의료보험조합에 1개월 평균 20∼30건이 쇄도.

<문제· 주민주장>
보험료 과다 징수와 의료체계 불만으로 보험료 징수율이 저조한데다 의료 기관들이 내년에 의료수가를 일률적으로 올릴 움직임을 보여 의보 실시 l년만에 또다시 보험료인상이 예상.
보험료 징수율은 11월말 현재 충북이 평균 77.5%, 경북 81.7%, 제주 82%, 강원 84%,전북 77%, 충남 81%, 경남 82.4%, 경기 82% 등 대부분 70∼80% 선을 웃돌고 있으나 전남은 평균 65.2%로 가장 낮다.
특히 전남 함평군은 47.7%, 장성군 51.6%로 징수율이 극히 저조하다. 더구나 함평군의 징수율은 갈수록 떨어져 11월의 경우 겨우 17.9%에 머물렀다.
이 같은 원인은 두 말 할 나위 없이 보험료를 내봤자 제때에, 그것도 마음대로 병원을 선택, 진료를 받을 수 없자 전남의 경우 일부 농민단체들이 앞장서 보험료납부거부운동을 벌이기 때문.
또 전남지방은 22개 의료보험조합 중 특정당원 출신들이 17명이나 지역 의보 조합장자리를 차지, 주민들의 불신과 반감을 더욱 부채질해 보험료납부기피 현상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촌에 농기구가 필수화되면서 농기계 운전자들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의보측은 도로교통법 제44조(안전운전의 의무) 운전자 부주의로 처리, 의료혜택을 주지 않고 있는 점.
농어민들은 소득원이 농어물 판매와 직결되는 관계로 보험료를 분기별 또는 농산물 판매시기 등에 징수하는 제도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더우기 들쭉날쭉한 마구잡이식 보험료를 재조정하고 의료전달체계도 직장 의보처럼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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