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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싼샤댐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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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내 거주 인구 100만 명의 이창은 중국 도시치고는 경량급이다. 그러나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싼샤댐의 완공(20일)을 앞두고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시끌벅적해졌다. 내외신 기자들도 100여 명이나 모였다. 정부와 언론은 싼샤댐 자랑에 열심이다.

시내에 위치한 최고급 타오화링(桃花嶺)호텔은 고급스럽게 꾸민 7층 방이 16일부터 이틀간 동났다. 개업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창 시내 곳곳에는 댐 완공을 자축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백화점들도 '싼샤댐 완공 축하 기념 세일'에 들어갔다. 그러나 도심만 벗어나면 왠지 어수선하다. 강 주변 곳곳에선 밤새워 공사가 한창이다. 댐 완공은 코앞인데 왜 이렇게 공사가 많을까.

이창 서북쪽의 싼샤댐에 인접한 이링(夷陵)에 사는 류(71)는 요즘 아침마다 동네 어귀의 공사 현장에 나가는 게 일이다.

싼샤댐의 수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면서 댐이 무너질까 걱정해서다. 이창 일대의 강변은 흙더미가 쌓인 언덕이 이어져 있어 지질 구조가 취약하다. 댐이 완공돼 물이 차오르면 쉽게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창의 환경단체 관계자는 "현재 140m를 갓 넘긴 싼샤댐의 수위가 9월께 156m에 이를 경우 1320곳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유역 32개 향.진(鄕.鎭) 내 주민 9만5000명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댐 완공을 축하하는 화려한 행사가 요란하지만 다른 한쪽에서 주민들의 걱정도 늘고 있는 게 이창의 현실이다.

이창=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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