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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리구매 규제 법 통과, 국내 면세점 보따리상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공항 면세품 인도장 앞, 혼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면세품을 수령해 가는 사람들. 소위 ‘따이공’이라고 부르는 중국 보따리상이다. 바로 이 대리구매 상인들을 규제하는 법이 등장했다.

中전자상거래법 2019년 1월 1일 시행 #대리구매, 위챗 상인에 대한 규제 시작

사드 이후 한국 제품을 중국으로 유통시키는 주요 루트 중 하나인 보따리상 규제 소식에 국내 면세점 및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7% 증가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의 대량구매가 면세점 매출 증가의 주원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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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소비자 권익 보호 위한 법

8월 31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찬성 167표, 반대 1표, 기권 3표로 중화인민공화국 전자상무법(이하 ‘전자상거래법’)이 통과됐다. ‘대리구매 시대’에 맞게 만든 법으로 오는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간단히 요약하면, 시장 질서 수호와 전자상거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대리구매(代购) 혹은 웨이상(微商위챗상인) 등 판매상인에 대해 규제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처음 생긴 종합적 법규로서, 전자상거래 각 주체의 합법적인 권익과 전자상거래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를 위한 법적 '보호막'이 생긴 셈.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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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수 약 7억명에 달하는 중국은 명실 상부 전자상거래 대국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직접 종사자만 200만 명이 넘고, 1500만 명 이상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한다. 중국 국가 통계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 전자상거래 규모는 14조 9100억 위안(약 2440조 원)으로, 동기 대비 12.3% 증가했다.(2017년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30조 위안에 달한다)

이렇게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자상거래를 포괄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었다. 전자상거래 경영 주체와 계약, 물류, 전자결제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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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상'도 사업자 등록 필수

위챗(微信 웨이신)에 제품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중국인 친구들. 중국 전자상거래가 발전함에 따라 위챗 모멘트(朋友圈), 인터넷 생방송(直播) 등 다양한 온라인 루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특히 한국의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해 중국에 가져다 파는 '대리구매' 업자들은 매일 아침 명동 면세점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번에 통과된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향후 웨이상(微商 위챗 상인)도 전자상거래 사업자에 포함돼 법적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해당 법에 "전자상거래 사업자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영활동을 하는 자연인과 법인(法人), 비법인(非法人)을 가리킨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법과대학 수하오펑(苏号朋) 교수는 "웨이상 등 온라인 판매 주체들은 모두 전자상거래법의 법적 규제를 받게 된다"며, "향후 법에 따라 사업자 등록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사업자 등록은 곧 세금 납부를 해야함을 의미한다. 전자상거래법 도입으로 달라지게 되는 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업자 등록, 영업허가증 필요
2. 특수상품(식품 등) 판매 시 관련 행정기관의 행정허가자격 취득 필요
3. 판매제품 안전성 결함 적발시,해당 온라인 판매 플랫폼 연대 책임

우선 사업자 등록과 영업허가증이 필수적이며, 입점 판매자가 이를 위반했을 경우 플랫폼은 해당 사실을 관련 부처에 보고해 처벌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식품 등 특수 상품을 취급할 경우, 식품유통허가증을 추가로 취득해야한다. 예를 들어 중문 라벨이 없거나 당국에 조제방법이 등록되지 않은 분유는 온라인 플랫폼 판매가 금지된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점 사업자의 판매 제품 안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했음이 적발될 경우, 해당 플랫폼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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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달라지나, 국내에 미칠 영향은?

새로 도입되는 전자상거래법은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판매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업자 등록, 신고, 행정허가 등 각종 수속을 밟아야 하고 세금 납부의 의무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규정을 위반할 경우 행정 처분 및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된다.

2019년 중국 전자상거래법이 본격 시행되면, 일단 가짜 상품이나 결제 분쟁과 같은 기존에 만연하던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그밖에 전자상거래의 맹점으로 꼽힌 것 중 하나는 개인 정보 유출 문제다.  중국 곳곳에서 개인 정보를 사고 파는 불법행위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전자상거래 고객의 재산 및 신변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 전자상거래법 입법 초창기 개인 정보 보호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에 따르면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세부조항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이 정식 시행될 때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SNS나 지인을 통한 '개인적인' 대리 구매 행위의 경우, 내년(2019년) 관련 세부 규정이 확정되기를 좀 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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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면세점과 유통업계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리구매상 규제'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우선 각종 불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 한국 상품에 가짜 상품을 끼워파는 행위, 혹은 다시 한국 내로 유통시키는 상황 등을 예방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 구매상인들의 '큰 손'은 간과할 수 없다. 이들은 한국 상품을 해외로 직접 날라다주는 주인공으로서, 수출 증대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드 장벽으로 유커의 발길이 예전보다 줄어든 상황 속, 일명 보따리상들은 면세점과 유통업계 매출을 올려주는 핵심 고객이다. 우리가 대리구매 규제 법안 통과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대리구매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기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내년 초 대리구매 상인들의 위챗 모멘트(朋友圈)와 명동 면세점 앞의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중국 전자상거래 법 도입에 대리구매상들과 국내 유통업계가 함께 긴장하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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