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본격진출 탐색전|소 외상 3국 순방 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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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일 일본방문으로 시작된「셰바르드나제」소련외상의 동아시아·태평양 3개국 순방은 「고르바초프」서기장의 경제·외교관계 개선의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 지역에 대한 소련의 외교공세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소련은 86년 7월 블라디보스토크선언, 지난 9월의 크라스노야르스크선언 등에서 이 지역에 대한 일련의 외교정책을 밝혀왔으며 특히 최근의 일방적인 50만 명 병력감축을 통해 그의 평화적 외교활동을 적극화해왔다.
이와 관련해 「고르바초프」정권의 외교정책상 특칭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전후국제관계를 「미국의 시각」을 통해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여 상대국과의 독자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며 둘째, 군사·정치적 대결구조를 경제협력관계로 전환함으로써 세계적 규모의 새로운 질서를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2차대전이후 사실상 미국의 대소방어망 역할을 해온 한국·대만·필리핀·일본 등 동아시아·태평양국가들에 대한 소련 외교담당자의 나들이는 이 지역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셰바르드나제」는 우선 첫 방문 국인 일본에서 소련의 경제구조개선과 시베리아개발에 필요한 일본의 산업·기술 투자증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북방 4개 도서 반환문제를 내세워 단순한 「경협」보다 정치적 타결 쪽으로 몰고 가면서 2년 전에 제안했던「고르바초프」서기장의 방일을 다시 거론할 것으로 알러져 있다. 「고르바초프」+「다케시타」 정상회담을 통해 전후처리 문제를 포함, 포괄적인 일소관계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문 국인 필리핀은 미국의 태평양전략의 요충지에 대한 소련 외상으로서의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셰바르드나제」의 이번 방문은 지난 3월 「로가초프」소련 외무차관의 방비에서 합의된 「국제·지역·2국간 문제에 관한 외상정기협의」에 따른 외상협의회를 경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리핀에 클라크 공군기지 및 수빅만 해군기지 등 세계최대규모의 해외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은「아키노」정권과의 사실상 첫 접촉인「셰바르드나제」의 방비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1992년까지의 군사기지 임차시한에 걸려 있는 미국은 이번 소비접촉에 의해 보다 불리한 정세가 조성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셰바르드나제」는 귀로에 북한을 찾아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중소정상회담을 전후한 「고르바초프」서기장의 방북을 위한 정지작업을 펼 것이다.
최근 소련극동연구소「티타롄코」소장이 일본 교도 통신과의 회견에서『북한이 한반도 주변정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발언은「셰바르드나제」가 북한에서 벌일 활동의 성격을 시사해준다.
결국「셰바르드나제」의 이번 순방은「고르바초프」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본격진출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의 군축과 비핵지대설정, 경제협력확대 등 종래 소련외교의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그의 순방기간 동안 이를 위한 몇 가지 구체안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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