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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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플라톤」의 『향연』에는 사랑을 정의하는 전제로 인간형성의 신화를「아리스토파네스」를 등장시켜 설명한 대목이 있다.
인간은 원래 양성적 동물이어서 2개의 머리, 4개의 팔, 4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양성인간은 비상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신들마저 업신여기는 오만불손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이 때문에 제우스신은「아폴로」의 힘을 빌어 인간을 두 조각으로 갈라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이때 남녀의 심벌이 신체의 바깥쪽(등과 허리)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남녀는 서로 떨어져나간 다른 한쪽의 몸을 사모하여 항상 같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동 일 체가 되기를 열망하고 있는 탓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해 결국 굶어죽고 말았다.
그래서「제우스」는 남녀심벌을 신체의 안쪽으로 고쳐 달아 종족의 번식과 욕망을 만족시키는 성의 교섭을 가능케 해주었다.
「플라톤」의 사랑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에로스의 핵심이 되어있는 생식의 욕구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것이다.
「플라톤」의 사랑철학은 그렇다 치고 한 시대 전만 해도 「섹스」라는 말은 학술서적 같은데서나 쓰는 특수용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섹스는 일상용어로 우리 주변에 범람하고 있다.
신문을 펼치면 하루가 멀다하고 대문짝 만하게 등장하는 섹스, 섹스의 물결….퇴폐술집이 그렇고, 퇴폐이발관이 그렇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도 모자라 마치 중세 암흑기처럼 인신매매가 성행하더니 드디어는 「호스트 바」라는 이색업소까지 출현했다.
엊그제 신문을 보면 20대 초반의 청소년을「접대부」로 고용, 유한주부 등 여성을 상대로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윤락행위를 시켜온 이른바「여성전용 카페」들이 경찰에 적발되었다. 참으로 한심한 세상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남자들이 즐기는 향락을 여자라고 해서 왜 못 즐기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세태가 된 데는 남성들의 책임도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쾌락주의·소비주의, 그리고 도덕적 타락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모두 파멸에 이르기 전에 한번쯤 숙고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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