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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공학]레고로 공장 짓는 KAIST…운전자 눈동자 분석한 포스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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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상> 이공계 학과평가 - 산업공학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영재 교수(오른쪽에서 첫번째)와 학생들이 31일 레고로 생산설비 모형을 직접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영재 교수(오른쪽에서 첫번째)와 학생들이 31일 레고로 생산설비 모형을 직접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레고 부품으로 공장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미쳤다’는 소릴 들었어요. 선배 교수들이 ‘강의 평가 결과가 처참할 것’이라고 걱정했죠.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장영재(44)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2학년 전공필수 수업인 '제조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수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울대, 교수 1인당 학생 수 상위 #인천대는 재학생 전원 현장실습 #연세대, 학생 1명당 지도교수 3명 #건국대, 자격증 패스트트랙 도입

지난달 31일 KAIST 인공지능 자동화시스템 연구센터에서 이 수업이 열렸다. 컨베이어벨트 여러 대가 움직이며 동그랗게 생긴 칩을 색깔별로 분리해냈다. 컨베이어벨트 소재는 레고 블록. 레고 블록으로 공장 자동화 설비를 만들어 작동해 보는 수업이다.

장 교수는 2013년 이 수업을 맡아 이듬해 레고를 도입했다. 40여 명이 듣는 이 수업에선 학생 4명이 한 조를 이뤄 컨베이어벨트 하나씩을 만든다. 컨베이어벨트 하나에 들어가는 레고 부품은 100만원어치. 장 교수는 "학생들이 실감나게 생산 공정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작은 공장을 만드는 수업인 셈이다. 레고 구입비는 대학에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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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장을 만드는 작업은 학생들의 흥미를 높였다. 수업 조교인 대학원생 정창현(27)씨는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레고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이 흥미로워한다”고 말했다. 이태식 학과장은 “수식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지식을 체득할 수 있으나 학생들이 생산설비를 실제 가동하니 수업 몰입도가 매우 높다”고 자랑했다.

2018 중앙일보 대학평가 산업공학과 평가에서 KAIST는 교육여건과 연구실적에서 두루 높은 성과를 내 토대로 ‘최상’ 등급(해당 학과 중 상위 10% 이내)에 올랐다. 포스텍(POSTECH), 서울대가 함께 ‘최상’을 차지했다. 산업공학과는 흔히 ‘공학의 지휘자’, ‘공대 내 경영학과’로 불린다.

1994년 시작해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매년 이공계, 인문사회계열에서 학생·학부모 관심이 높은 학과를 선정해 학과평가를 하고 있다. 올해 이공계 학과평가는 산업공학과, 에너지 및 원자력공학과, 간호학과 3개 학과를 대상으로 했다.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산업공학과 평가에서 상위에 오른 학과들은 ‘손에 잡히는 공학’을 가르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KAIST와 함께 ‘최상’에 오른 서울대 산업공학과의 홍유석 학과장은 “다른 공대 학과들의 방점이 ‘기술’에 찍혀 있다면 산업공학과는 ‘기술 적용’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라면서 “기계공학과가 자동차 핵심 기술을 다루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은 산업공학과에서 가르친다고 이해하면 쉽다”고 설명했다.

홍 학과장에 따르면 서울대 산업공학과는 올해 신입생 모집 커트라인 점수가 공대 내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복수전공생 모집 경쟁률은 2.5대 1로 3년 전보다 7배가량 높아졌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는 중앙일보 학과평가에서 취업률과 교수 1인당 학생 수 부문 점수가 좋았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서 쓰이는 운전자 주행 시뮬레이션 차체와 데이터 분석 자료. [사진 유희천 교수 제공]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서 쓰이는 운전자 주행 시뮬레이션 차체와 데이터 분석 자료. [사진 유희천 교수 제공]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서 쓰이는 운전자 주행 시뮬레이션 차체와 데이터 분석 자료. [사진 유희천 교수 제공]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서 쓰이는 운전자 주행 시뮬레이션 차체와 데이터 분석 자료. [사진 유희천 교수 제공]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에는 차세대 에쿠스(EQ900) 개발을 위한 실험용 차체가 있다. 학생들은 이 차체를 활용해 실험계획을 세우고 데이터 측정 및 분석 작업을 한다. 이 학과 유희천 교수는 “새 기술이 탑재됐을 때 운전자의 신체적, 인지적 부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해달라고 기업에서 의뢰를 받았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결과 해석, 상용화 논의까지 전 과정을 실습한다”고 말했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는 기업·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연구비가 가장 많았다.(교수당 외부연구비 1위)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수한 등급을 받은 학과들은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상’등급을 받은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는 교내 현장실습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참여기업과 학생을 온라인으로 모집해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장,단기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중상’ 등급에 오른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석화 학과장은 “인천대 공대 내에서 유일하게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학생 전원이 방학 중 4~8주간 현장실습을 나가고, 원하는 학생은 6개월까지 장기실습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방식뿐 아니라 학생지도 측면에서도 실용을 중시하는 학과들이 이번에 우수한 등급을 받았다. ‘상’ 등급을 차지한 건국대 산업공학과는 생산재고관리사, 물류관리사, 품질경영기사, 산업안전기사, 기술가치평가사, 정보처리기사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이 학과 윤장혁(39) 교수는 “기술경영이나 데이터 애널리틱스 과목을 수강하면 기술가치평가사 취득에 유리하고, 프로그래밍 연습과 전사적 데이터베이스(DB) 모델링 과목을 수강하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빨리 딸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는 ‘3중 학사지도 시스템’이 있다. 학생 한 명당 지도교수 3명의 관리를 받는다. 각각의 교수가 학사·생활·진로 지도를 나눠 담당한다. 2016년 학생별로 온라인에 ‘e-포트폴리오’ 시스템을 구축해 면담에 활용 중이다.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등급 내 순서는 대학명 가나다 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공학과 평가

 산업공학과 평가는 중앙일보 평가 대상인 주요대학 63곳 중 교육부 학과 표준분류상 ‘산업공학과’로 분류된 학과 34곳을 대상으로 했다. 교수 연구역량과 여건(4개 지표), 학생 교육여건과 성과(6개 지표) 등 두 개 부문에서 2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지표값 산출에는 교육부 ‘대학알리미(2017년 기준)’ 공시 자료와 한국연구재단 교수 연구 실적 자료를 활용했다. 학과 간 융합 등으로 다른 대학과 비교해 학과의 성격이나 교육과정 등이 다를 경우에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한국해양대학교의 물류시스템공학과가 대표적이다. 또 신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졸업생 취업 실적을 확인할 수 없는 학과도 제외했다.

 등급은 10개 지표 점수를 합한 뒤 점수 상위 10%까지는 최상, 25%까지는 상, 50%까지는 중상 등급이다. 모든 지표별 수치는 대학의 확인을 거쳤다.

◆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심새롬·김나현 기자, 송령아·이가람·정하현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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