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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현의 ‘천기누설’ … 택지 공급대책 꼬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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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창현. [연합뉴스]

신창현. [연합뉴스]

정부가 추석 전 내놓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한 축인 주택 공급 분야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사전 유출’이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겨서다. 이 때문에 택지 후보지가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도 신규 택지 후보 유출 파문 #해당지역 과열 … 일부 난개발 우려 #이번주 억제·공급책 동시에 낼 듯 #“유출 지역은 후보일뿐 … 바꿀 수도” #일각선 “후보지 바꾸면 시장 혼란”

9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세제·금융 등 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책을 묶어 부동산 대책을 한 번에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본지 통화에서 “당초 수요 억제책과 공급 대책을 따로 발표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는데, 지금은 당정 협의로 한 번에 낼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르면 이번 주 발표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의 신규 택지를 내놓느냐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힌 수도권 신규 택지는 44곳이다. 공급 예정 물량은 36만2000가구다. 지금까지 성남 금토 등 14곳(6만2000가구)이 택지지구로 지정됐다. 이번에 발표될 신규 택지는 지구 지정이 아직 안 된 30곳 중 일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5일 국토위 소속인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곳의 일부’로 추정되는 곳이 담긴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국토부가 경기도 안산 2곳과 과천·광명·의정부·시흥·의왕·성남 등 8곳을 신규 택지 후보지로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경기도 관내 공공주택지구 사업추진 현황’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도 첨부됐다. 이 자료엔 총 542만㎡ 규모에 주택 3만9189가구가 공급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발표 직후 해당 지역은 토지 매입 문의가 빗발치고 매물이 실종되는 등 투기 조짐을 보였다. 일부 지역에선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공급 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난개발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경기도 신규택지 공급 중단’ 청원엔 2600여 명이 동의했다.

신창현 의원이 공개한 신규 택지 개발 후보지

신창현 의원이 공개한 신규 택지 개발 후보지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부는 택지 지정을 위한 초기 검토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경위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공공택지를 조성할 때 주민공람 전까지 신규 택지 후보지를 사전에 공개하는 건 불법이다. 취재 결과 경위는 이렇다. 신 의원이 익명의 인물에게 신규 택지 후보지에 대한 자료를 휴대폰으로 건네받은 뒤, LH에 자료를 요청해 비공개 조건으로 보고받은 것이다. 신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과천과 관련된)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그 자료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의 지역구는 의왕·과천이다. 신 의원은 지난 6일 이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토위 위원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최초 유출자가 누구인지로 향했다. 각종 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경기도청은 해명자료를 통해 “최초 유출자가 경기도청 공무원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신규 택지 후보지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온다. LH 관계자는 “자료가 사전에 공개되면서 공공택지 선정지가 재조정될 수 있다”며 “(사전 유출된 지역은) 아직 지방자치단체 협의 단계로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번에 유출된 경기도 8곳은 신규 택지로 확정된 게 아니라 후보지일 뿐”이라며 재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회 국토위는 오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현안 질의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한편으론 소폭 조정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후보지를 정했을 텐데, 다시 새로운 땅을 찾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신규 개발 택지 후보지를 조정하거나 다른 곳을 찾느라 대책 발표를 미루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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