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국내서 연간 2000명 사망...지금부터 독감 백신 맞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한 60대 여성이 독감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접종 후 약 한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미리 접종해야 한다. 프리랜서 인성욱

한 60대 여성이 독감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접종 후 약 한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미리 접종해야 한다. 프리랜서 인성욱

가을철 독감 요주의
 바이러스 하나로 연간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이 있다.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호흡기 질환인 ‘독감’이다.

대표적인 증상이 고열·근육통·기침이라 감기와 헷갈리기 쉽지만 발생하는 원인은 전혀 다르다. 노령층에서는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독감은 매년 11월 유행하기 시작해 다음해 3~4월까지 이어진다. 독감 예방백신을 맞아도 항체 형성에 수주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예방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이 독감과 감기가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다. 우선 독감과 감기는 원인 바이러스가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반면, 감기는 라이노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에코바이러스·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폐렴 유발·기존 질환 악화
 둘 다 고열·오한·근육통 같은 전신 증상과 함께 기침·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이 생긴다. 하지만 고열이 시작되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감기의 경우 “열이 언제부터 났나요?”하는 의사의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한다. 미열부터 시작해 서서히 고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감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정확한 시점을 알 만큼 고열(38~41도)이 급작스럽게 시작된다. 또 다른 점은 감기는 콧물·코막힘·목통증 등의 호흡기 증상이 더 심한 반면, 독감은 근육통·관절통·피로감·두통 등의 소위 ‘몸살’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 이런 몸살 증상은 초기 2~3일 동안 심하고 이후 증상이 호전되면서 콧물·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합병증을 일으키는 양상도 다르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3일, 안 먹으면 일주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교적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하지만 독감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독하다”며 “전신을 돌면서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특히 폐렴을 일으키기 쉽고 기존에 있던 질환을 악화시킨다. 약으로 잘 조절되던 협심증이 갑자기 심근경색증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천식 환자가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호흡곤란에 빠지기도 한다. 당뇨 환자는 갑자기 혈당이 오른다. 지병이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해져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는 “단순히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00여 명일지 모르지만 대한감염학회에서는 독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하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65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에서 독감을 70~90%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65세 이상에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데는 80%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접종 시기는 10월이 가장 좋다. 백신 접종 2주 후부터 항체가 형성되기 시작해 한 달 후부터 완전한 접종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덕철 교수는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는 11월을 대비하려면 10월에는 접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접종 효과는 6개월가량 지속된다.

생후 6개월 후엔 접종 가능
 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 이상인 사람이면 모두 해당한다. 특히 고위험군인 노인과 소아청소년, 임신부는 반드시 접종받는 게 좋다.

 예방 생활 수칙도 중요하다. 독감은 감염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되는 비말(침방울 등)로 전파된다. 한번 재채기하면 90㎝까지 전파되므로 독감 유행 시기에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급적 가지 않는 게 좋다. 또 바이러스는 건조한 점액 상태에서도 8~12시간 살아 있을 수 있다. 함께 쓰는 물건을 만질 때도 묻어 있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주 손을 씻고 손을 입이나 코로 가져가는 습관만 줄여도 독감에 걸릴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독감 백신의 시작은 …

우리나라에서 독감 예방백신을 처음 접종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다. 백신은 국가 자급률이 매우 중요한데, 이제 우리나라도 독감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녹십자가 2009년에 최초로 백신 생산에 성공해 3가와 4가 백신에서 모두 안전성과 경쟁력을 인정받아 3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저개발 국가에 백신을 무료 공급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에서 독감 백신 부문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