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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붕괴에 약한 편마암 지반 … 이미 6개월 전 경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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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호 05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옹벽 붕괴 사고는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등산로 등에서 발생한 도로 함몰 사고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SUNDAY가 6~7일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함께 사패산과 상도동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결과다. 점검 결과 세 곳 모두 땅 밑의 지질과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주민들 민원도 무시한 채 공사를 밀어붙인 안전 불감증이 사고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붕괴 사고, 전문가 동행 점검 #가산동도 열흘 전 주민이 균열 신고 #시공사·구청은 민원 들어와도 무시 #설계부터 정밀한 흙막이 필요한데 #땅밑 지질 고려 않고 공사, 지반 침하

최근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굴착공사 등으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가 땅 밑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공사장의 흙막이 옹벽이 무너지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것도 폭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인근 공동주택 공사 현장의 축대가 무너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가산동에서 가로 30m,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생긴 것도 인근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토사가 유출되면서 도로가 함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 6일 사패산 등산로 지반 침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가 지난 6일 사패산 등산로 지반 침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더 큰 문제는 위험 징후를 알리는 사전 경고가 모두 무시됐다는 점이다. 상도동 사고의 경우 이미 6개월 전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상도동과 가산동 사고 현장 모두 붕괴에 취약한 편마암 지역인 만큼 설계 단계부터 훨씬 정밀하게 계산해 흙막이 공사를 해야 했다”며 “상도동 공사 현장의 경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돼 보강 공사를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산동에서도 붕괴 열흘 전에 주민들이 균열을 발견해 신고했을 때 곧바로 추가 조치를 취했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사패산 등산로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도 사전 점검만 했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실제로 지난 6일 붕괴 현장에 가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등산로에 옹벽과 같은 방향으로 100m가량 기다란 금이 가 있었다. 등산로 바로 옆에 있는 계곡을 따라 높다란 옹벽이 세워져 있는데, 그 옹벽의 1m 안쪽 도로가 이미 갈라져 있는 상태였다. 이 교수는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이 등산로 밑을 통해 계곡으로 흐르고 있는데, 폭우 등으로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할 경우 등산로에 심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도로가 갈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틈새의 상당 부분은 흙과 이끼로 덮여 있었다. 이 교수는 “이는 틈이 꽤 오래전에 생겼다는 의미”라며 “공원과 등산로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현장 점검을 통해 금이 간 도로를 한 번만 체크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 등산로는 회룡사로 이어지는 만큼 등산객과 신도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에 옹벽이 무너졌다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지금이라도 등산로 전체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같은 지반 침하 현상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함몰 건수는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103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바다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며 “주민 제보를 접수한 뒤 곧바로 해결책을 강구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4년 전 세월호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조한대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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