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대, 입체적 '통일 연구' 팔 걷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서울대가 통일학 연구에 나선다. '통일학'은 남북관계에 대한 기존의 연구경향인'북한학'에서 한 단계 나아간 연구분야다. 북한학이 북한을 이해하자는 단계라면 통일학은 구체적인 통일을 위한 현안들을 점검하자는 취지다.

서울대 통일학 연구의 중심이 될 통일연구소가 18일 만들어진다. 또 하나의 연구소가 추가되는 차원이 아니다. 서울대 내 연구소가 모두 단과대 소속인 것과 달리, 이번에 발족하는 통일연구소는 본부 직할 기구로 그 위상이 다르다. 연구소는 서울대 정운찬 총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3년간의 준비 끝에 탄생했다. 정 총장은 "통일에 관한 연구를 학과와 전공 간 장벽을 넘어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본부 직할 기구로 만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정 총장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 주변 4강 관계 등에 관한 현실적 문제와 장기적 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서울대 외부 연구자들과도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통일 연구기관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학'에서 '통일학'으로= 초대 소장을 맡은 박명규(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통일학'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개 지금까지 분단과 북한에 관한 연구는 정치학.윤리학과 차원에서 '북한 지역 연구'나'북한학'의 한 부분으로 다뤄왔다. 박 교수는 "통일학을 종합적으로 연구해가기 위해선 전공 벽을 넘는 학제 간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창비)이란 책을 펴낸 백낙청(6.15민족공동위원회 남측대표)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존의 '북한학'도 계속 필요하다. 거기에 더해 통일연구소가 '북한학'을 넘어 '통일학'을 하겠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진적이고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 과정은 세계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성격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박영규 원장은 "남북한 통합 과정이나 이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를 대비해 여러 분야의 전공자가 협력해 연구하는 '통일학'의 구축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학이든 통일학이든 전공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8일 통일학 심포지엄= 통일연구소는 18일 오전 9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장달중(서울대 정치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될 패널 토론엔 이영선(연세대 전 통일연구원장).최완규(경남대 북한대학원장).김석향(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 주임) 등 북한학 연구 등을 이끌어온 주요 학자들이 초대됐다.

패널토론에 이어 열릴 학술대회의 발제자와 발표문을 보면 통일연구소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발제자의 전공은 사회복지학.소비자아동학.환경계획학 등이다. 발표문 주제는 '남북한 사회통합과 노동자 복지''탈북귀순 가족의 심리''통일한국 농업생산기반''남북한 환경정책'등이다. 안보나 정치학 관련 논문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