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던지고. 박찬호가 6회 초 2사 만루에서 2타점 중전 안타를 때린 뒤 1루로 뛰어나가고 있다. [애리조나 AP=연합뉴스]
그때 공주중 3루수였던 박찬호는 19타수 11안타(타율 0.579)의 무시무시한 불방망이로 도내 타격왕을 차지했다. 공주고 시절에도 91년 대청기 중.고야구대회 타격상을 받았다. 같은 팀의 홍원기(현대).송재익(전 SK).오중석(전 한화) 등 쟁쟁한 타자들을 제쳤고, 당시 천안북일고의 간판타자 심성보(전 LG)도 박찬호의 성적을 따라오지 못했다.
왕년의 '타격왕' 박찬호가 16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서 타격 솜씨를 뽐냈다. 박찬호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방문경기에서 3타수 3안타.2타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첫 3안타 경기였고, 이전 경기까지 합하면 4연타석 안타였다. 3-4로 뒤진 6회 초 2사 만루에서 때려낸 2타점 중전 안타는 역전 결승타가 될 뻔했다. 박찬호는 5-4의 리드를 만들어 놓고 8회에 마운드를 스콧 라인브링크에 넘겨줬으나 라인브링크가 동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승리투수와 결승타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파드리스는 연장 10회에 5-6으로 역전패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과정은 뿌듯했다. 박찬호는 마운드에서도 7회까지 잘 던졌다. 5안타를 맞고 4실점 했지만 자책점은 1점밖에 없었다. 내야진의 실책만 아니었다면 쉽게 시즌 3승째를 챙길 수 있었다. 특히 이날 8개의 탈삼진 가운데 6개가 5회 이후에 잡아낸 것이었다. 그만큼 구위가 중반 이후에도 튼실했고, 볼넷은 경기 운영상 내준 고의볼넷 두 개밖에 없었다. 최근 세 게임에서 22이닝 1자책점을 기록한 박찬호는 2승1패를 유지했고 평균자책점을 3.27까지 끌어내렸다.
박찬호는 경기 뒤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야수들의) 실책이 있었다. 그러나 '동료 몫까지 내가 채워 주자'고 다짐했다. '포기하지 말고, 마음 상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그들은 늘 좋은 플레이로 날 구해줬다. 오늘은 내가 구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타격에 관해 "안타를 그렇게 때렸는데 손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홈플레이트에서 약간 떨어져 공을 때리는 데 집중했고 수비수들의 빈 자리 쪽으로 치려고 했다. 타격과 투구에서 모두 좋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